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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 에버랜드에 한 번쯤 놀러 갔던 사람들이라면 울산대공원 소식을 듣고 입이 쩍 벌어졌겠다. 지난 13일 남구 신정동에 새롭게 개장한 대공원의 총면적이 무려 110만 평. 에버랜드(43만 평)의 두 배가 넘고 뉴욕 센트럴파크(103만 평)보다 크다. 그렇다고 어마어마한 테마파크를 상상해서는 곤란하다. 연인, 가족끼리 손잡고 오롯이 걸으며 산책하기 좋은 놀이터다. “원래 이곳이 그린벨트였지예. 공원 만들면서도 간절하게 살리고 싶은 나무에는 꼬리표를 붙여서 그대로 보존했어예. 요즘도 고라니, 살쾡이가 밤이면 산속을 뛰어다닙니더.” 10년간 공원지기였던 장지욱 씨의 설명처럼 110만 평 중 대부분은 녹지다. 흉물스럽게 드러난 야산을 개발해 공원 시설물을 지었다. SK에서 10년 동안 1,000억원을 투자해 기증했고 울산시가 땅값으로 505억원을 댔다. 정문~동문 구간은 2002년 문을 연 1차 개방 지역(13만 평)이고 이번에 개장한 공간(11만 평)은 남문을 중심으로 나비원, 테마초화원, 환경놀이터, 동물농장 등이 갖춰져 있다. 전체 구간은 슬슬 걷는 데 두세 시간이면 족하다. “예전에는 주말이면 울산-경주 간 국도가 놀러 가는 사람들로 꽉 막혔지예. 하지만 어데. 지난 주말부터는 모두 대공원으로 가니까 국도가 뻥뻥 잘 뚫립니더.” |
1500억원 투자, 에버랜드 두 배 규모 공원 단연 인기 ‘넘버원’ 코스는 장미계곡에서 동물농장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주말이면 인파로 빼곡 들어찬다. 장미계곡은 위에서 내려다보면 계곡 물줄기처럼 지그재그로 정원이 조성된 듯한 형상이다. 100여 종의 장미와 분수가 어우러진 장미광장을 지나면 미네르바, 비너스, 큐피드 정원이 늘어서 있고 그 사이에 아담한 야외결혼식장도 있다. 5월 중순이면 장미가 절정. 아직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린 커플은 없기에 대공원 식구들은 첫 번째로 야외 결혼식을 올릴 행운의 커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중간고사 기간에 머리 식히러 나왔다는 류민정 양이 “결혼하고 싶다”고 얘기하자 양현수 군은 능청을 떨며 “악어라도 봐야겠다”며 동물농장으로 이동한다. 아쉽게도 동물농장에 악어와 호랑이는 없다. 대신 꼬마들이 좋아하는 미니 돼지, 다람쥐, 오리가 있다. 토끼는 개장 이후에 여러 번 탈출을 시도해 ‘빠삐용 1’, ‘빠삐용 2’라는 별명이 붙었다. 스파이더맨처럼 철조망에 달라붙는 다람쥐와 씩씩한 미니 돼지가 가장 인기 있다. “동물을 보려면 부산까지 가야 했거든예. 애들이 참 좋아합니더.” 세 살배기 딸 하영이와 대공원을 찾은 아빠 공정열 씨의 입도 함지박만 해졌다. 장미계곡, 동물농장은 오후 5시까지만 문을 여니 서둘러 둘러봐야 한다. |
울산대공원의 대표 자랑거리가 나비원이다. 매주 8종 1,000마리의 나비를 풀어놓은 국내 유일의 상설 나비전시관이다. 나비원 관계자는 자연 그대로를 뚝 잘라 이곳에 넣어놓았다고 얘기한다. 울산 태화강을 재현해 냈고 민물고기를 방류했다. 나비처럼 노란 옷을 맞춰 입은 꽃동산 유아원 꼬마들은 나비를 잡겠다고 깡충깡충 뛰며 손뼉을 치고 난리다. 초등학교 1학년인 혜진이는 개교기념일을 맞아 오전에 나비관을 찾았다. 절묘한 셀카 포즈를 취하며 아빠 앞에서 연신 ‘V’ 자를 그린다. 이 친구들, 참 운이 좋다. 나비 선생님 김현구 씨가 귀띔하는 나비원 최적의 방문 시간은 오전 10~12시. 나비가 잠에서 깨어나 가장 원활하게 활동할 때다. “나비는 빛에 민감하거든요. 흐린 날은 나비가 다 숨어서 잠을 자지요. 화창한 날 오전이 훨훨 나는 나비 구경하기에 가장 좋을 때입니다.” 나비관에서는 애벌레, 번데기 상태인 나비도 지켜볼 수 있다. 나비관 우측의 SK광장에는 반구대 암각화, 분수대, 꽃밭이 나란히 줄지어 있다. 그 옆 환경관, 에너지관에서는 환경 생태 도시로 변신 중인 울산의 모습을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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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놀이터,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 대공원에 롤러코스터나 바이킹은 없다. 환경테마놀이터의 놀이기구는 대부분 환경 친화적인 무동력 시설로 구성된다. 흰 구름 위에서 통통 뛰며 놀 수 있는 뜀동산은 깡충깡충 재미있을 뿐 아니라 엄마의 품처럼 포근하다. 그물 위를 신나게 구르는 무지개 그물놀이, 45°의 완만한 암벽등반 시설, 고래 뼈 놀이 등은 단순한 놀이터가 아니라 자연 현상과 과학 원리를 직접 체험할 수 있게 설계한 것. 꼬마들이 끊임없이 “엄마 나 좀 봐”를 외치면 함께 온 엄마들은 흐뭇하게 벤치에 둘러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눌 수 있다. 사실 이곳의 시설은 대부분 외국, 그중에서도 일본의 공원을 벤치마킹했다. 후쿠오카의 우미노나카미치 공원, 도쿄의 소화기념공원, 요코하마의 고도모노쿠리 등의 장점이 이곳에 녹아들어 있다. 개장 후 일본 공원 담당자들이 울산대공원 놀이시설을 둘러본 뒤 시샘을 내고 돌아갔다는 후문이다. 환경놀이터에서 정문으로 이어지는 길은 한적한 산책로다. 교통안전공원, 피크닉장, 청소년광장이 드문드문 이어진다. 실제 도로의 축소판인 교통안전공원에서는 모든 코스를 통과하면 어린이 운전면허증을 내준다. “남자친구랑 데이트하려고 사전 답사 왔어요.” |
울주군에 사는 유리나, 유안나 자매는 이틀 뒤 남자친구랑 올 예정이라며 대공원 사전답사를 나왔다. 가끔씩 대공원을 찾는다는 이들 자매의 종전 산책로는 정문~동문 코스. 이 길은 잉어연못, 호랑이발 테라스, 풍요의 못 등 각종 연못이 어우러져 넓고 여유로운 산책로로 그동안 인기를 끌었다. 공원 관계자인 김지열 씨가 새롭게 추천하는 데이트 코스는 2차 개장 지역의 테마초화원. “암석원에서 야생초화원을 거쳐 유실수원으로 이르는 길은 일부러 꼬불꼬불하게 만들고 낮은 언덕을 조성했죠. 은밀한 데이트를 즐기기에는 최고예요.” 그렇다고 이곳이 음침하지는 않다. 야생초화원은 어릴 적 시골에서 봤던 양지꽃, 수선화, 동자꽃 들을 심어놓아 순수한 추억의 길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옛 연못을 그대로 살린 습지원, 미로원, 자원식물원 등은 꽃과 나무마다 이름표가 붙어 있어 자연학습장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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