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제철 별미를 찾아 떠났다! 지금은 대게잡이 시즌

가볼만한 곳^^/연인과의 국내여행

by 라제폰 2009. 3. 24. 17:44

본문

반가운 봄바람에 짙푸른 바다도 일렁거린다. 추운 겨울을 보내며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게가 뭇사람을 유혹한다. 청정지역으로 유명한 울진, 그곳 바다에는 지금 물오른 대게가 가득하다.


1. 순식간에 게를 깔고 재빠르게 경매가 진행된다. 단 20분 만에 OK.
2. 금방이라도 집게발을 내밀 것 같은 대게.
3. 살아있는 대게는 스티로폼에 얼음을 가득 담아 포장한 뒤 전국 각지로 배송된다.
4. 경매가 끝나면 금세 또 배가 들어와 빨간 모자를 쓴 경매 진행자는 오전 내내 쉴 틈이 없다.
5. 한눈에 크기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줄로 쭉 깔아놓은 대게. 보기만 해도 부자가 된 것 같다.
6. 이른 봄에도 항구의 새벽은 쌀쌀하기만 하다. 삼삼오오 모여 회를 파는 아주머니들이 정겹다.
7. 차고 넘치는 대게. 크기가 작거나 다리가 떨어진 B급 은 행인의 차지가 되기도 한다.
서울에서 쉼 없이 자동차로 5시간을 달려 도착한 울진. 그 아름답다는 7번 국도의 정취를 즐길 새도 없이 새벽 항구에 도착했다. 겨울 여행의 백미, 최근 관광객들의 발걸음이 잦아진 울진 대게 경매를 보기 위해서였다.

새벽 5시 30분…. 후포항은 이른 아침을 맞는다. 항구를 밝히는 노란 불빛, 순서를 기다리듯 재빠르게 항구에 정박하는 오징어 배들. 숨겨둔 보따리를 풀어내듯 어민들은 빨간 대야마다 문어, 학꽁치, 가자미를 사이좋게 담는다. 삼삼오오 소규모로 이뤄지는 경매는 눈 깜짝할 사이에 100m에 이르는 길을 훑어낼 정도로 재빠르다. 보드 판을 찰칵 닫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려 퍼지면 금세 낙찰이 이뤄진다. 크기가 작아 경매가 이뤄지지 않은 골뱅이는 현장을 기웃거리던 눈치(?) 빠른 손님에게 단돈 5천 원에 팔리기도 한다. 철 막대로 오늘의 수확물이 담긴 바구니를 쉭쉭 끌고 가는 주민들의 날쌘 몸놀림에 이방인의 가슴이 설렌다.

연안에서 금방 건져낸 해산물들이 속속 주인을 찾아 자리를 옮긴 후에도 여전히 항구에 정박해 있는 커다란 배가 눈길을 끈다. 바로 5박 6일의 항해를 끝내고 돌아온 붉은 대게 선박이다. 얼음과 뒤엉켜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붉은 대게더미는 상자에 담고 또 담아 도르래로 끌어올려도 끝이 없다. 작업 속도가 유난히 더디지만 힘센 어부의 손동작과 정직한 땀이 만선의 기쁨을 드러낸다. 후포항의 새벽을 빛내는, 이른 봄에 가장 맛있다는 대게다.



1. 경매를 마친 어선은 아침이 오기 전에 귀가를 서두른다.
2. 붉은 대게는 가공공장으로 옮겨져 우리의 입을 유혹하는 다양한 식품으로 만들어진다.
3. 소라, 꽃게, 가자미, 골뱅이, 문어…. 많은 양은 아니지만 바다의 혜택은 풍성하다.
4. 긴 여정을 마친 붉은 대게 배가 만선을 알린다. 힘센 장정들도 벅차기만 한 대게 상자.
이른 새벽 크고 작은 경매를 끝내고 평온함을 되찾았던 항구는 또 한 번 전쟁을 치른다. 대게 경매가 이뤄지는 후포수협 판매관리과 앞에는 정박을 신고하는 선주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오전 8시, 힘찬 사이렌 소리와 함께 대게 경매를 알리는 방송이 나오면 경매장 앞은 시골 5일장처럼 숨이 가쁘다. 조업 나갔다 만선의 기쁨을 안고 오후에 돌아온 대게잡이 배들은 대게를 활어통에 넣어두었다 새벽 차로 실어와 경매에 나선다.

살아있는 생물이라 신선도에 따라 값이 매겨지므로 경매 방송 시작과 동시에 어부와 경매 참가자는 더욱 분주해진다. 익숙한 손길로 대게를 크기별로 분류해 일렬로 늘어뜨리는 어부들. 혹여 옆으로 기어가버릴까 전부 배를 하늘로 향하게 뒤집어 놓는다. 이는 또한 한눈에 대게의 크기와 상태를 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경매는 수협에서 지정한 중매인만이 참여할 수 있다. 번호를 새긴 모자를 쓴 채 긴박하게 금액을 적어내는 모습은 쪽지시험을 보는 학생처럼 진지하다. 나무 보드 판이 닫히는 소리가 경쾌하게 들리고 낙찰이 완료되면 이젠 대게를 실어 나르느라 부산해진다. 경매가 끝나면 또다시 배가 들어오고, 밀물과 썰물이 교차되듯 다시 경매가 진행돼 12시까지는 쉴 틈이 없다. 경매장에 펼쳐진 대게 떼들이 바로 이 고장의 자랑이자 힘이다.


1 학꽁치, 고등어…. 도시 사람들이 구이로 먹는 생선을 산지 사람들은 신선한 회로 즐긴다.
2 호각소리가 울리면 참가자들이 몰려들어 경매장은 열기로 뜨겁다.
3 무거운 대게 꾸러미가 어깨를 상하게 할지언정 마음은 풍요롭기만 하다.
4 찰칵~ 찰칵! 8번 50마리 낙찰! 경매 진행자의 방송과 함께 낙찰이 이뤄진다.
5 동이 트면 항구에는 그물 손질을 하는 어민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부지런하고 성실한 바닷사람.
6 크기별로 대게를 죽 늘어뜨리는 어민들. 대게는 90% 이상이 철분으로 이뤄져 공기와 닿으면 부식한다. 죽은 대게도 배를 위로 향하게 두는 이유는 상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이른 봄에 가장 맛있는 대게. 미식가라면 제철 해산물의 맛을 경험하기 위해 대게 여행을 떠난다. 보통 꽃게보다 크기가 크고 다리가 길다고만 알고 있는 대게.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어획되는 대게는 보통 2종류로 나뉜다. 도시 곳곳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대게를 팝니다’ 트럭은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붉은 대게’를 판매하는 경우가 대부분.

붉은 대게는 주로 수심 2천 미터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먼 바다에 나가서 통발 포획을 한다. 한 번 출항하면 5박 6일 이상 걸리기 때문에 일반 고기잡이 배와는 크기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일반적으로 먹이를 넣은 통발을 바다에 던져 넣고, 통발 속에 들어온 대게를 잡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반면 수심 50~500미터 사이에 주로 서식하는 대게는 바다 밑에 그물을 늘어뜨린 뒤 일주일이나 20일 후쯤 그물에 걸린 대게를 끌어올려 잡는다. 이 방법은 울진 연안에서 주로 이용되는 방법으로 ‘어구실명제’와 함께 효과적인 대게 포획과 관리를 가능하게 해준다.
오랫동안 ‘홍게’라고 불렸던 붉은 대게. 고운 우리말을 찾자는 운동에 따라 요즘은 어민들도 ‘붉은 대게’라고 고쳐 부른다.

붉은 대게는 겉모양은 대게와 거의 흡사하지만 온몸이 강렬한 붉은 빛을 내뿜어 그 차이를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대게에 비해 잡히는 양도 많아 가격도 1/3 수준. 각종 대게 가공식품의 주원료는 모두 붉은 대게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

대게의 고장, 울진 사람들은 그래서 값싸고 흔한 붉은 대게를 더욱 즐겨 먹는다. 대게보다는 살이 덜 차 있어 웬만해서는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지만 다리를 분질러 쏙쏙 빨아먹는 재미가 있어 중독성이 강하다는 것. 반면 맛이 담백한 대게는 한두 마리만 먹어도 배가 불러 많이 먹지 못한다. 어떤 것을 선택하든 대게 속살의 맛은 직접 경험해야 제대로 알 수 있다.
대게는 주로 경북 이북의 동해안에 서식해 울진, 영덕군 연안에서 어획된다. 대한민국 1개 군마다 한 개의 수산협동조합이 있기 마련인데 울진과 영덕은 해안선이 길어 수협이 2군데다. 바다가 준 풍성한 혜택으로 주민들은 밥벌이를 한다. 흔히 ‘대게’하면 영덕을 떠올리기 마련. 그 옛날 울진은 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오지라 서울이나 안동 등 내륙으로 이동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울진에서 잡힌 대게들은 대부분 교통망이 좋은 영덕 강구항으로 집하되었던 것. 그러다 7번 국도가 뚫리고 울진을 오가는 교통이 좋아지면서 ‘울진 대게’는 당연한 명성을 되찾게 되었다.

경상북도 최동북단에 위치한 울진. 올해 ‘2009 울진세계친환경엑스포’가 열릴 정도로 때 묻지 않은 천혜의 환경으로 진가를 인정받고 있다. 뭐니 뭐니 해도 친환경 울진군을 대변하는 것은 바로 대게. 북쪽에 위치한 죽변항, 영덕군과 맞닿아 있는 후포항은 매일 아침 대게 경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대게는 주로 울진군 평해읍 연안에 있는 왕돌초 주변에서 어획된다.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곳에 위치한 수중암초인 ‘왕돌초’는 남북으로 길게 돌출된 최고의 대게 서식지. 대게는 물론 오징어 등 활발한 어업활동이 이뤄지는 동해 해양생태계의 중심지다. 어민들은 지역민의 생계를 책임지는 ‘왕돌초’를 보존하고 수중생태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울진군은 어획을 하는 지역의 좌표에 선박명을 게재하는 어구실명제를 도입하고, 10여 년 전부터는 금어기를 이용, 바다에 방치되어 있는 어구를 거둬들이고 있다. 또한 3~4년이 지나면 자체적으로 생분해되는 그물을 사용해 생태계 보존에 힘쓰고 있다. 밥벌이를 시켜주는 고마운 바다를 스스로 지키자는 소박하고 당연한 배려인 셈이다.
예로부터 살이 꽉 찬 최상품 대게에는 ‘박달대게’라는 칭호를 부여했다. 보름 밥을 먹고 잡은 게가 최고라는 이야기도 많았다. 살이 꽉 찬 대게는 색깔이 누렇고, 맛이 고소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 명성 때문에 수산시장과 대게 경매장에 와서도 ‘박달대게’를 찾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요즘 최상품 박달대게를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 1천 마리를 잡으면 1마리 나올까 말까 하다는 어민의 말처럼, 최고의 대게를 찾기란 쉽지 않다. 살이 꽉 찬다는 2~3월에도 70% 정도만 살이 찬 대게가 대부분. 대게 잡이가 활성화되면서 그 수가 크게 줄어 암게 포획이 금지된 상태다. 해양수산부에서는 대게잡이를 11월 1일부터 5월 말일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풍요로울 때 더 관리하고 지켜야 할 바다의 보고이기 때문이다.

대게 관련 음식이 나오는 CF를 보면 다리를 부러뜨려 살이 쏙 빠지는 관경을 클로즈업하곤 한다. 하지만 살이 야물게 꽉 찬 대게는 이렇게 살이 빠지지 않는다. 얇고 딱딱한 껍질이 살로 꽉 차 있어서 젓가락으로 꼼꼼하게 파먹어야 하는 것이 A급이라고. 산지 사람들은 얄미울 정도로 속이 차 있는 대게만 고른다. 노란빛이 도는 것이 속이 꽉 찬 것이다. 하지만 크기와 살이 찬 정도에 따라 마리당 가격은 5천 원에서 10만 원까지 천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주머니 사정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출처 : [ 위클리조선 ]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