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오는 길목에서 가벼운 산행을... | |
얼마 지나지 않아 산에도 들어도 파릇한 새싹들로 칙칙했던 겨울옷을 갈아입겠죠. 그러면 겨울옷만큼 무거웠던 우리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질 것입니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봄바람이 그럴 테고, 들판에 아른거리는 아지랑이가 그럴 테죠. 봄은 여자의 계절이라고 했던가요. 아마 그만큼 봄은 여자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다는 뜻이겠죠. 이번 주에는 조금은 이른 듯하지만 그대의 손을 잡고 가벼운 산행을 떠나보는 코스로 강화 에 있는 마니산으로 출발!! |
1. 마니산 가는 길 | |
마니산(마리산이라고도 한다) 가는 길은 서울 신촌버스터미널에서부터 시작된다. 10분 간격으로 운행되는 강화행 직행버스를 탄 다음, 마니산으로 가는 상방리행 시내버스를 타면 되는데, 갈아타는 게 귀찮다면 신촌터미널에서 하루 4차례 운행되는 화도행 버스를 타도 된다. 시간은 30여 분 더 걸리지만 갈아탈 필요가 없어 움직이기가 좀 더 편리하다. |
버스로 2시간 30분쯤을 달리면 종점인 화도면 버스정류장에 도착, 화도초등학교 앞 삼거리에서 좌회전해 10여 분을 걸으면 산행기점인 마니산국민관광지에 닿는다. 아직까지 잔설을 머리에 이고 있어 겨울같은 마니산은 야산처럼 나지막하다. 하지만 강화 제일의 산답게 마니산엔 산행기점이 4곳이나 되고, 정상 능선도 험한(?) 바윗길로 이루어져 있다. |
산행기점이 되는 4곳(마니산국민관광지, 함허동천, 정수사, 선수포구) 중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는 마니산국민관광지 매표소에서 개미허리를 지나 참성단으로 오르는 길이다. 삼국시대부터 임금님이 천제를 올리기 위해 다녔다는 이 길은, 인위적인 계단길이라 산행 자체의 맛은 덜하나 아득하게 펼쳐진 봄바다가 한눈에 들어와 무엇보다 좋다. |
등산로는 함허동천이나 정수사, 선수포구 쪽에도 나 있지만 정수사(함허동천) 쪽에서 올라가는 길은 정상 부근의 암봉 능선이 험하고 등산로가 분명치 않아 다소 애를 먹는다. 하산길로서는 짜릿한 스릴과 재미를 주지만, 오를 때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암봉을 기어다니는 일은 왠지 위험해 보인다. 하지만 우회로가 있어 산행이 그리 부담스럽지는 않다. |
2. 참성단 가는 길 | |
본격적인 산행은 입구 관리사무소에서 야외무대와 퍼팅장, 야영장을 지나 멋없는 시멘트 길을 15~20분쯤 오르면 나타나는 기도원(갈림길)에서부터 시작된다. 기도원 오른쪽 길이 계단이 없는 이른바 '양반길'이고 왼쪽이 인위적인 '계단길'인데, 서너 살 된 어린 아이를 동반한 가족의 경우나 무릎이 좋지 않은 노인들을 제외하곤 대부분 계단길을 이용한다. |
인천파랑새산악회에서 세운 '참성단'이란 시비가 있는 곳에서부터 시작되는 돌계단은 하늘 닿을 듯 까마득하게 이어져 있어 처음부터 사람을 질리게 한다. 마음 독하게 먹지 않으면 중도에 포기하고 싶어질 만큼 힘든 길. 하지만 심장이 터질 듯 팽팽해질 즈음, 다리쉼을 하며 뒤돌아보게 되는 산에선 예상외의 풍광을 만나게 된다. 탁 트인 바다와 들판. |
등산로 왼쪽 멀리론 외포리 앞 바다와 석모도가 아득하게 보이고, 오른쪽으론 진강산과 강화의 너른 들판이 한 눈에 들어온다. 등산로 바깥으로 자리잡은 너럭바위에 앉아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을 맞으며 아삭아삭한 오이라도 한 입 쓱 베어 물면 '신선 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속담이 왜 마니산에서 비롯되었는지를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렇게 외줄기로 난 계단 918개(50분~1시간쯤 소요)를 모두 지나면 해발 468m에 조성된 참성단에 이르게 된다. |
단군왕검이 백성들에게 삼신을 섬기는 예법을 가르치기 위해 그 아들 부루로 하여금 쌓게 하였다는 참성단에선 불어오는 해풍에 가슴께가 서늘해진다. '아차' 잘못하다간 발아래 펼쳐진 화도 남단 갯벌로 떨어져 내릴 듯 시야도 탁, 트여있다. |
'넓은 바다 먼 하늘이 만리나 터졌네'라고 읊었다는 고려 말 이색의 탄성이 그대로 터져 나올 듯 멋스런 풍광이 아닐 수 없다. 사방으로 내려다보이는 해안풍경과 바둑판 같은 강화의 들판도 절경이다. 하지만 문명이란 얼마나 무서운 이기인가. 동으로 멀리 보이는 서울 하늘이 예전 같지 않게 희뿌옇다. 시커멓게 드리워진 공해띠에 가슴도 답답해 온다. |
밖으로 향했던 시선이 참성단 성곽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건 이때쯤이다. 밑부분은 하늘을 상징하여 둥글고, 윗부분은 땅을 상징해 사각형인 참성단. 4천년 역사를 안고 있는 곳답게 제단을 이루고 있는 화강암 반석들은 세월의 풍화에 보기 좋게 닳아 있다. 누군가가 심어 놓은 무궁화 두 그루와 박달나무 한 그루도 제법 운치있게 자라 보기 좋다. |
그러나 정안수를 길어 올렸다는 참성단의 우물은 이제 말라버려 뚜껑마저 닫혀 있다. 제단에 커다랗게 나붙은 '제단 위로 올라가지 마시오'라는 안내판도 눈에 거슬린다. 아직까지 매해 전국체전 성화를 채화하는 곳다운 풍모와 개천절에 단군에게 제사를 지내는 곳다운 신령스러움은 남아 있으나, 그 의미가 갈수록 퇴색되는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하다. |
3. 정상 가는 길 | |
그런 참성단에서 정상(496.4km)으로 가는 길은 다소 험하다. 북으로는 백두산 천지, 남으로는 한라산 백록담까지의 거리가 정확히 같다고 하는 참성단에서 1.2km 정도밖에 되지 않는 가까운 거리지만 시간으로는 30여 분이나 더 걸리는 험로다. 보기만 해도 아찔한 암봉 투성이 산. 정상까지의 그 암릉이 봄햇살에 하얗게 반짝이는 모습이 꽤나 아름답다. 하지만 마니산 산행의 백미로 손꼽히는 이 코스를 실제로 타는 이는 드물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참성단에서 올랐던 길을 되돌아 내려가거나 정상까지 갔더라도 정수사(함허동천)로 이어지는 미니 종주코스를 타지는 않는다. 참성단 전망과 별다를 것이 없다는 판단에서인지, 험해 보이는 능선풍경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코스가 비경임엔 틀림없다. |
참성단을 내려와 정상으로 가는 능선길에서 제일 먼저 만나게 되는 건 헬기장이다. 여느 헬기장과는 달리 흙으로 씨름장처럼 곱게 다듬어 놓아 이채로운 이곳에서 화도 남단 갯벌을 한 번 굽어본 뒤, 한 구비 숲 속으로 내려서면 최석항이 참성단을 중수했다는 내력을 새긴 바위 하나가 나온다. 역사의 숨결을 느끼며 한 템포 쉬어가기에 괜찮은 곳이다. |
중수비를 빠져나와 본격적인 암릉 산행을 시작하면 산 주위로 끝간데 없이 펼쳐지는 서해바다와 군데군데 큐빅처럼 박힌 섬들이 시선을 유혹한다. 갯벌에서 불어오는 바다 내음에 코끝도 간지럽고, 깊이 우는 새들의 울음에 마음도 고요해진다. 성벽처럼 일렬로 깔린 바위들을 조심스레 밟아가며 연인의 손을 은근슬쩍 잡아보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
'위험' 표지판이 서 있는 몇 구간과 빨간 페인트로 'X'자가 그려진 구간(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빨간 페인트를 따라가면 벼랑 끝)을 빼고는 산행도 그리 어렵지 않다. 다만 급한 내리막이나 경사진 오르막이 되는 암릉에선 초급 수준의 암벽 타기를 해야 하는데, 연약한(?) 여인들은 바위 왼쪽 숲 속으로 나 있는 우회로를 타는 게 안전하고 편하다. |
그렇게 30여 분을 걸어 정상에 오르면 멀리 강화해협의 웅대한 물길이 보인다. 가까이 론 떡을 포갠 듯한 바위 위에 소나무 한 그루가 서 있는 그림 같은 풍경도 보이고, 암릉 남서쪽의 간척지로 일군 듯한 꽤 넓은 들판도 보인다. 안개 때문에 선명하게 포착되지는 않지만 동막리 앞쪽 바다에 있는 각시바위(정수사에서 도를 닦던 함허대사의 아내가 찾아왔으나 대사가 끝내 만나주지 앉자 바다에 빠져죽어 각시바위가 되었다고)도 보인다. |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드넓은 염전, 앞서거니 뒷거거니 하는 섬(석모도, 장봉도)들의 연한 실루엣, 곳곳에 펼쳐지는 기암괴석…. 눈물 빛깔의 서해를 발아래 둔 느낌이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그 속시원한 서해 갯바람엔 경이로움마저 느껴진다. 한 숨 돌릴 겸 잘 생긴 바위 하나를 골라 앉아 봄 바다도 보고, 드러누워 파란 하늘도 감상해 봄이 좋을 듯하다. |
4. 정수사 가는 길 | |
마니산 정상에서부터 정수사(함허동천)에 이르는 길에서도 절경들은 펼쳐진다. 갯내음 섞인 바람을 맞으며 정상에서 암릉을 따라 남동쪽으로 조금 내려가면 함허동천과 정수사 갈림길이 나오는데, 정수사는 오른쪽, 함허동천은 왼쪽길이다. 같은 길이라도 서해를 바라보며 곡예하듯 바윗길 능선을 타는 재미가 있어 정수사 쪽 길을 택하는 게 훨씬 좋다. |
정상에서 정수사까지는 40여 분이 걸린다. 처음엔 정상 능선길 같은 암릉이 펼쳐지지만 암릉을 어느 정도 내려서면 경사진 낙엽길이 나온다. 쉬엄쉬엄 바람 쐬듯 내려오면 신라 선덕여왕 때 창건된 정수사가 나온다. 소형주차장으로 가는 길을 걸어 정수사 경내로 들어가도 되고, 정수사 이정표가 있는 초입까지 걸어 내려와 계단길을 통해 올라가도 된다. |
규모는 크지 않지만 단아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가슴을 적시는 정수사는 대웅전의 창살연꽃무늬(보물 제 161호)가 볼 만한 천년 고찰로, 절 마당에서 내려다보는 서해바다 전망이 일품이다. 또 이곳에서 바라보는 일출과 일몰 풍경도 멋지고, 약수물맛도 좋다. 요사채 뒤 장독대 옆으로 난 산길을 100m쯤 올라 함허 스님의 부도를 보는 것도 좋겠다. |
5. 동막리 갯벌 일몰 | |
돌아오는 길에는 올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강화의 갯벌에서 멋진 낙조와 함께 철새들의 군무를 구경하는 것도 좋을 듯하다. 정수사에서 낚시터로 각광받는 분오리 저수지를 지나 30여 분 해안도로를 따라 천천히 걸으면 분오리 포구와 함께 분오리돈대가 나타난다. 이곳 돈대가 동막해수욕장(갯벌)의 일몰 풍광을 가장 멋지게 조망할 수 있는 곳인데, 바닷가 언덕에 세워진 돈대에 오르면 서해바다를 향해 펼쳐진 넉넉한 갯벌과 맞딱뜨린다. 특히 분오리돈대에서 맞는 동막리갯벌 일몰은 가히 압권이다. |
여름철 복잡하던 해수욕장의 모습과는 달리 한가하고 조용한 해변, 광활한 갯벌 위로 시뻘겋게 떨어지는 해, 칼라 짙은 노을에 물든 나무, 성곽의 검은 실루엣과 어울린 바다…. 한 폭의 유화를 보는 듯 아름다운 이곳에 데이트 나온 연인들까지 가세하면 카메라 앵글은 더 없이 풍성해진다. |
해가 떨어지고 난 하늘풍광도 멋지다. 바다와 갯벌을 가르고 가슴까지 다가와 얼굴과 마음을 물들이던 해가 갯벌 위로 사라지고 나면 보랏빛이 선연해지면서 구름층의 색깔이 더욱 대담해진다. 이름을 붙이지도 못할 만큼 다양한 색들에 놀라다보면 사위는 그새 어두워진다. 갯벌로 나들이 갔던 새들도 돌아가고, 사람들도 하나 둘 시선에서 사라진다. |
등산 코스 | |
1. 마니산국민관광단지 → 계단있는(없는)길 → 참성단까지 왕복 (왕복 4.8km, 1시간 30여 분 소요) 2. 마니산국민관광단지 → 계단있는(없는)길 → 참성단 → 함허동천 → 사기리 주차장 (6km, 3시간 정도 소요) 3. 마니산국민관광단지 → 계단있는(없는)길 → 참성단 → 정수사→ 사기리 주차장 (7km, 3시간 20분 정도 소요) 4. 마니산국민관광지, 함허동천(정수사) → 참성단 → 선수횟집촌 (편도 8.5km, 4시간 소요) |
찾아 가는 길 - 자가운전 | |
올림픽대로를 타고 가서 김포공항 옆으로 달리는 48번 국도에 차를 얹으면 강화까지는 30km 정도. 강변북로와 자유로를 타고 가다 일산에서 김포대교를 건너도 48번 도로로 연결된다. 김포를 지나 강화대교를 건넌 다음 강화터미널 앞 사거리에서 터미널 쪽으로 좌회전, 터미널과 찬우물 휴게소를 지나면서 만나는 삼거리에서 마니산·외포리 이정표를 따라 우회전해 4.9km쯤 가면 인산저수지 삼거리에 닿는다. 마니산 입구는 여기 인산저수지 끝지점에서 외포리길을 버리고 왼쪽으로 들어가면 도착하게 된다. 주차료는 무료다. |
찾아 가는 길 - 대중교통 | |
서울 신촌버스터미널(324-0611)이나 지하철 5호선 송정역에서 강화버스터미널까지 가는 버스가 약 10분 간격으로 운행(1시간 10분 소요)되고 있으며, 강화버스터미널에서는 마니산 앞까지 가는 상방리행 완행버스를 이용하면 된다(약 30분 간격, 30여 분 소요). 하산 후 정수사 앞 정류장에서는 강화읍으로 가는 6번 버스를 타도 되고, 분오리돈대 앞에서 일몰을 본 후 버스를 타고 강화읍으로 나와도 된다. 강화읍에서 신촌행 막차는 밤 9시 30분. 하지만 서울 신촌버스터미널에서 마니산으로 가는 화도행 직행버스(06:28 08:40 10:10 11:30 4회)를 타도 된다. 소요시간은 2시간~2시간 30분쯤이고, 요금은 4,900원이다. |
기타 정보 | |
입장료: 어른 1,500원, 중고생 800원, 어린이 500원 단체 30인 이상 어른 1,200원, 중고생 600원, 어린이 300원 주차료: 무료 문의: 마니산 관리사무소 032-937-1624 강화군청 032-933-80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