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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퇴직연금 '빈 구멍' 부터 메워라

라이프/재테크

by 라제폰 2009. 1. 2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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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 없으면 백 살까지 산다”는 말이 있다. 준비된 노후는 둘도 없는 하늘의 축복이지만 준비 안 된 노후는 고단한 삶의 연장일 뿐이다. 노후 대비에는 자신의 몸값을 올리기 위한 투자 등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여기서는 순수하게 은퇴 이후에 대한 재정 계획에 대해서만 따져 보기로 하자.

1년 전 한 생명보험사의 TV 광고에서 ‘당신의 노후 자금은 얼마입니까’라며 사람들의 뒷모습에 10억 원 안팎의 수치가 왔다 갔다 하던 모습이 떠오를 것이다. 열심히 모아도 그 돈을 모을까 말까 한데, 은퇴 이후 10억 원이 손안에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노후 준비에 대한 생각조차 멀어지게 마련이다. 그러나 고액 자산가들이 주고객인 금융회사의 마케팅에 실망하지 말고 냉정히 자신의 은퇴 이후를 생각해 보면 의외로 노후 대비의 시작은 가까운 데 있다.
노후에 필요한 자금은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이 3가지가 기초가 된다. 대부분의 사람이 최소한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고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퇴직금이 있을 것이므로 자신도 모르게 노후 대비를 조금씩은 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소득대체율이란 개념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은퇴 후 수입이 은퇴 전의 몇%인가를 나타내는 수치로, 한국노동연구소의
방하남 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소득대체율을 약 55%로 보는데 근로자들의 지출을 분석해 본 결과 소득의 55%를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선진국을 기준으로 하면 70% 정도인데 국내에서는 맥시멈(최고치)인 70%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정부는 국민연금 40%, 퇴직연금 20%, 개인연금 10%를 정책적 목표로 하고 있다. 개인들도 3가지 연금의 소득대체율 총합이 70%는 넘도록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자녀 교육비가 상대적으로 높은 국내 소비 패턴을 보면 은퇴 후 소득대체율이 70%일 필요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흔히 골프도 치고 여행도 가고 외식도 많이 할 것처럼 생각하지만 노년에 활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생각만큼 많은 돈이 들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친구들을 만나거나 동호회에 가입하는 등 활동적인 노후를 생각한다면 돈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단순히 액수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은퇴 후 자신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그려보는 것이 먼저다.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다면 일단 최저생계비에 준하는 노후 자금은 마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최소한 굶어 죽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국민연금은 국민연금관리공단 홈페이지(nps.or.kr) ‘내 연금 알아보기’에서 지금까지 납부한 보험료와 은퇴 후 받을 연금액을 알아볼 수 있다. 국민연금은 소득의 9%를 적립하도록 돼 있는데 직장인은 본인이 4.5%, 사업주가 4.5%를 납부하고 있다. 60세까지 10년 이상 납부하고 65세부터 사망 시까지 보장받는 국민연금은 현재 가치에 매년 3%의 물가상승률을 감안해 연금이 결정된다. 따라서 30~40대 직장인이 20~30년 후 실제 받을 ‘경상가치’는 의외로 높게 나올 수 있다.

공단 홈페이지에서 1970년 1월 1일생, 만 26~54세까지 일하고 연소득은 월 200만 원(현재까지의 소득)에 연 소득 상승률 5%로 입력해 시뮬레이션을 해 보았다. 이에 따른 노령연금의 ‘현재 가치’는 월 98만9000원이지만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65세가 되는 2035년 2월 실제 받을 ‘경상가치’는 월 350만1300원이다. 이 결과는 임의로 입력한 것으로 공인인증서를 통해 로그인하면 자신이 실제 받을 연금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다.

정부는 국민연금의 공식적인 소득대체율을 50%로 잡고 있다. 그렇지만 재정 고갈의 우려로 소득대체율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올해 초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60%에서 50%로 낮아졌다. 돈은 똑같이 내지만 받는 돈은 줄어든 것이다. 또 내년부터 0.5%씩 내려 20년 뒤인 2028년에는 40%가 되도록 해 놓았다. 공단에 따르면 “국제노동기구(ILO) 권고 기준인 40%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지만 재정 고갈에 대한 우려는 늘 떠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국민연금으로 소득의 40%는 보장된 셈일까. 40%는 20세부터 60세까지 40년 납부를 기준으로 했을 때 얘기다. 보험개발원 류건식 연구위원은 “한국 근로자는 보통 26세에서 54세까지 평균 27년을 근무하고 24년의 노후를 보내야 한다(평균수명 78세 기준)”고 얘기한다. 그럴 경우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은 22.8%, 퇴직연금은 12.6%, 개인연금 9.7%로 총 소득대체율은 45.1%에 그친다. 국민연금의 개념 자체는 훌륭한 제도지만 실제로는 ‘용돈 연금’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민연금은 65세부터 노령연금으로 지급되며 사망 시 유족에게 지급된다. 유족의 범위는 배우자, 18세 미만의 자녀, 65세 이상의 부모까지다.

국민연금은 정책상의 노후 대비 수단으로, 개인이 납부한 금액을 연금 개시 전에 찾기는 불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신종욱 협성대 금융보험학과 교수는 “국민연금은 개인들이 공동 저수지에 물을 부은 뒤 필요한 사람에게만 지급하는 공적 부조로 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납부한 연금은 본인 소유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 때문에 납부를 꺼리는 경우도 있지만 노후 대비를 설계하려면 국민연금이 기본이 돼야 한다.
퇴직연금은 아직 정착 단계로 대부분 ‘퇴직금’으로 일시불 수령해 집을 사거나 사업을 하는 용도로 생각하지 연금으로 자리 매김하지는 못하고 있다. 소득액의 8.3%(사업주가 전액 납부)를 최소 10년 이상 납부, 55세부터 수령 가능한 퇴직연금제가 도입되긴 했어도 2008년 4월 기준으로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680여만 명 중 64만 명밖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나머지 사업장에서는 퇴직연금을 선택해야 할 메리트를 크게 느끼지 못해 기존의 법정퇴직금제를 고집하고 있다. 아직 퇴직금제보다 높은 수익률을 제시하는 퇴직연금 상품이 많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퇴직금제는 중간 정산, 이직(移職), 회사의 도산으로 인해 연금으로 연결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어 노후 대비 차원에서 접근하기가 힘들다. 개인 차원에서는 이직 때의 퇴직금이나 중간 정산 퇴직금을 ‘개인퇴직계좌(IRA)’를 만들어 퇴직금을 연금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개인퇴직계좌는 시중은행에서 ‘0원 신규’로 개설하면 간단히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퇴직금의 입금은 회사에 얘기해 ‘과세이연 신고’ 의사를 밝히면 자동으로 계좌에 입금된다. 퇴직소득세가 공제된 뒤에는 계좌에 넣을 수 없기 때문에 본인이 퇴직금을 수령한 뒤에는 입금이 불가능하다. 이는 중간 정산이나 이직(移職) 시에도 마찬가지다. 절차가 복잡해 보이지만 개인이 회사에 의사만 밝히면 퇴직금 담당자가 알아서 처리해 주도록 돼 있다. IRA에 입금된 퇴직금은 정기예금, 신탁 등 본인이 원하는 상품으로 운용할 수 있다. 퇴직금을 일시 수령하면 15~35%의 퇴직소득세를 내야 하지만 은퇴 후 연금으로 전환하면 세금이 5%로 이연(바뀌면서 연기됨)된다. 55세부터 연금으로 수령이 가능하고 연금 개시 후라도 일시불로 수령하면 이연된 세금을 모두 내야 한다.
국민연금·퇴직연금의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는 개인연금이 활성화돼야 진정한 노후 대비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가입 금액이 크게 늘지 않는 이유는 소득공제 한도 때문이다. 2006년 전까지 개인연금 소득공제가 240만 원까지 가능했고 2006년에는 퇴직연금 소득공제 60만 원을 포함해 300만 원까지로 늘어났다.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경우라면 매달 25만 원까지 개인연금 상품에 불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에 대해서는 미국처럼 개인연금 소득공제가 1만5500달러(달러당 1400원 계산 시 약 2177만 원)는 돼야 활성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미국은 공적 연금보다는 민간 연금제도가 발달해 있기 때문에 한국과의 직접 비교는 무리가 있다. 그러나 개인연금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득공제 한도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개인연금의 세제 혜택 조건은 ‘10년 이상 가입, 55세부터 연금 수령’이다. 개인연금 상품은 은행에서 판매하는 연금저축, 보험사에서 판매하는 연금보험,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연금펀드가 있다. 연금저축은 은행이 제시한 금리에 따라 연금이 결정되고 연금펀드는 자산운용사의 실적에 따라 결정된다.

연금보험은 상품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사망보장 기능 등이 추가되는 것이 특징이다. 반면 보장 기능에 따른 사업비가 비용으로 나가기 때문에 개인이 낸 보험료가 모두 적립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노년에는 병원 출입이 잦아지는 데다 중병으로 큰 비용이 나갈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 상품도 노후 대비를 위해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다만 자신의 건강 상태와 가족력 등을 전반적으로 고려해 적절한 보험 상품을 드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개인연금 상품은 납입 기한을 채우지 못하면 세금공제액을 토해내야 하기 때문에 장기 투자의 관점으로 봐야 한다. 세금공제 한도 내에서 저축, 펀드, 보험 중 적절한 상품을 고루 가입해 두는 것도 한 방법이다.

결론적으로 노후 대비는 일단 정부 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 연금이 혜택이 크기 때문에 1순위로 삼아야 하며 보완책으로 민간 금융회사의 상품을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7월 도입된 주택연금을 살펴보자. ‘역모기지론’으로도 알려진 주택연금은 집을 맡긴 뒤 연금으로 대신 받는 것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신청, 지급, 주택 관리까지 모두 담당한다. 주택금융공사에 따르면 “연금 신청 이후 배우자 모두 사망 때까지 연금이 지급되고 거주도 보장되며 정부가 지급보증하기 때문에 안전한 상품”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상품의 원리는 주택금융공사가 집을 담보로 설정한 뒤 연금
지급액이 ‘대출’되는 것이다. 소유권은 가입자에게 있기 때문에 매년 재산세를 납부해야 하지만 주택연금 가입자는 25%가 감면된다.

연금액은 평균수명에 맞춰져 설계됐기 때문에 기대수명보다 오래 살 경우 유리한 상품이다. 부부 모두 사망 시 연금으로 받은 총 액수가 주택 가격에 못 미치면 차액을 상속인에게 지급한다. 가입 시 주택 시세의 2%, 매년 0.5%의 보증료를 납부하는데 담보 가치에서 차감하므로 당장 현금으로 낼 필요는 없다.

다만 주택 가격 9억 원 이하(현 시세 기준), 1가구 1주택 소유자만 가입할 수 있다. 지난해 시작 당시는 가격 상한선이 6억 원이었으나 올해 10월 7일 소득세법에 따른 고가 주택 기준이 9억 원으로 바뀌면서 상향 조정됐다. 배우자 모두 65세 이상이어야 하며 둘 중 하나라도 65세 미만이면 자격이 되지 않는다. 1가구 1주택과 가격 등 조건을 까다롭게 한 이유는 정책적으로 저소득·중산층의 노후 보장 상품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주택금융공사 홈페이지에 나온 예시를 보면, 주택 가격 3억 원, 65세 가입 기준으로 월 86만4000원이 사망 때까지 보장된다. 물가 상승을 고려해 ‘월지급금 증가 옵션’을 선택하면 매년 3%씩 지급금이 늘어나도록 할 수 있다. 위 조건의 경우 연금 개시 때는 월 64만6000원, 10년 뒤 월 86만8000원, 20년 뒤 116만7000원으로 늘어난다.

좋은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도입 초기라 노후 대비용으로 자리를 잡지는 못한 상태다. ‘내 집’에 대한 애착과 자녀들의 눈치 때문에 노인들이 주택연금 가입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10월에야 가입자 1000가구를 돌파했다. 현 시세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주택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을 때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출처 : [ 한경비즈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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