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2.00%.
한국은행이 오늘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결정한 우리경제의 기준금리입니다. 사상 최저 수준입니다.
한은은 연 5.25%였던 기준금리를 지난 10월부터 인하하기 시작, 지금까지 4개월 동안 총 3.25%포인트 낮추는 조치를 취했습니다.
사실 이번 0.5%포인트 인하 결정은 시장 예상을 깬 파격적인 수준입니다. 당초에 금융시장에서는 한은이 유동성 함정 등을 의식해서 0.25%포인트 정도 인하할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했었습니다.
한은이 이번에 파격적인 금리인하 조치를 취한 것은 물론 심각해지고 있는 경기상황 때문입니다. 최근 잇따라 발표되고 있는 소비 투자 고용 수출 등 각종 경기지표들은 예상을 뛰어 넘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한은은 유동성 함정에 대한 우려보다는 경기부양을 위한 대응이 중요하다고 설명하면서 금리를 크게 내린 겁니다.
원론적으로 금리를 내리고 돈을 풀면 경기는 살아납니다. 평상시에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지요. 바로 '신용경색'(Credit Crunch)와 '유동성 함정'( Liquidity Trap) 등이 그것입니다.
신용경색은 쉽게 말해 신용위험으로 돈의 흐름이 동맥경화처럼 막히는 것입니다. 금융기관이 부실기업은 물론 정상적인 기업에 대해서도 돈줄을 죄는 상황입니다.
유동성 함정은 정부가 아무리 돈을 풀고 금리를 내려도 돈이 실물분야로 흘러가지 않는 것을 의미하지요. 경기를 살리려는 정부의 통화정책이 기업의 투자나 국민의 소비, 그리고 시중금리 등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는 함정에 빠지는 것을 말합니다.
1990년대 말 일본이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제로금리 정책을 펼쳤지만, 일본 국민들이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돈을 쓰지 않고 금융기관에 넣어 정부의 통화정책이 무력화됐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연 2.0%로 내려간 한국경제의 기준금리. 우리 경제가 아직은 본격적인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은 아니지만, 점차 그 경계선상으로 가고 있는 듯합니다.
통화정책은 원래 경기사이클에 따른 순환적 불황에 효과적인 것이고, 구조적인 불황에는 큰 힘을 쓰기 힘듭니다. 근본적인 경제체질 강화정책이 중요한 시점이라는 의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