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나라가 상품 무역으로 32억95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올해 1월 33억5600만달러 무역수지(상품수출액-수입액) 적자를 한 달 만에 벌충했다.
경제위기 속에 단비 같은 소식이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마냥 좋아할 일만은 아니다. 올 2월까지 수출은 4개월 연속 두자릿수(전년 동월 대비, 퍼센트 기준) 감소율을 기록했다. 수출이 줄었지만 수입은 더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흑자가 난 것이다.
'‘2월 흑자’ 박수칠 일 아니다' 중에서 (헤럴드경제, 2009.3.2)
2일에 몇가지 중요한 경제통계 수치가 발표됐습니다. 무역수지와 산업활동 동향입니다.
2월 무역수지는 32억9500만 달러 흑자. 지식경제부가 발표한 ‘수출입 동향’ 자료입니다. 우리나라가 수출입을 통해서 한달 동안 33억 달러 가까운 돈을 벌어들인 겁니다. 요즘처럼 외환시장이 출렁이는 상황에서 달러가 들어오니 그 자체로는 '가뭄 속 단비' 같은 소식입니다.
1월 광공업생산은 작년 동기 대비 25.6% 급감.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 동향' 자료입니다. 우리경제의 중추인 제조업이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통계청이 1970년 1월 이후부터 광공업 생산 자료를 갖고 있는데, 25.6% 감소는 사상 최악의 수치입니다. 작년 12월에 18.7% 감소를 기록해 충격을 줬었는데, 더 심각해진 것입니다.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1월에 61.5%를 기록, 1980년 9월(61.2%)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한마디로 산업현장 곳곳에 공장이 멈추고 판매할 곳이 없어 생산을 크게 줄이고 있다는 얘깁니다. 고용과 소비가 좋아지기 힘든 이유입니다.
산업생산을 보니 무역수지 흑자도 기뻐할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2월에 한국경제가 무역에서 흑자를 본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흑자는 'IMF식 흑자', 즉 10여년만에 나타난 '무역축소형 흑자'이기 때문입니다. 수출이 늘어나서 흑자를 본 것이 아니라 수입이 감소해서 흑자를 낸 겁니다.
실제로 2월 수출 증감률은 전년 동기 대비 -17.1%였습니다. 지난 1월(-33.8%)에 비해서는 많이 좋아졌지만, 설 연휴가 1월에 있었던 효과와 선박수출의 호조에 기인합니다. 반도체(-40%), 석유제품(-36%), 자동차(-33%), 가전(-33%) 등 주요 수출품 대부분이 큰폭의 감소를 기록했습니다.
반면에 2월 수입액은 1년 전에 비해 30.9% 감소했습니다. 전달(-31.9%)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큰 폭의 무역수지 흑자를 낼 수 있었던 겁니다.
다시 요동치기 시작한 금융시장. 그 가운데 들려온 산업생산 급감과 '무역축소형 흑자' 소식. 우리에게 아직 안심할 때는 멀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경제통계 수치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