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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가고 싶은 곳, 제주도

가볼만한 곳^^/아름다운 제주도

by 라제폰 2009. 3. 6.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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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 오름 지역

네 번째 제주 방문 때 ‘김영갑 갤러리’에 들른 적이 있다. 제주의 아름다움을 렌즈에 포착한 김영갑의 작품 중에는 특히 ‘오름’ 사진들이 많았는데, 그 사진들은 하나같이 제주도스러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바람과 넓은 목초지 그리고 완만한 곡선... 그때 그 사진들을 보면서 어렴풋이 다음 번 제주 여행 땐 꼭 ‘오름’에 올라야지 했었다. 제주도 전역 곳곳에 봉긋하게 솟은 오름은 사실 한라산이 만들어진 직후 생성된 일종의 기생 화산. 약 3백 60여 개의 오름이 있는데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로 분포해 있다. 동쪽은 여성적인 오름이, 서쪽은 남성적인 오름이 많다. 초보자들에겐 능선이 완만하고 가시덤불과 나무가 없어 오르기 쉬운 동쪽 지역의 오름이 만만하다.

산굼부리와 비자림 그리고 성읍 민속 마을을 삼각형으로 이었을 때 그 안쪽에 해당하는 북제주 송당 근처가 유명한 오름들이 몰려 있는 ‘동부 오름 지역’이다. 다랑쉬 오름, 용눈이 오름, 아부 오름, 따라비 오름 등등.

한라산 근처를 제외하고 가장 오르기 힘들다는 다랑쉬 오름. 이 오름이 오랫동안 제주 토박이들의 사랑을 받아왔다면 용눈이 오름은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주로 가는 오름이다. 영화 「이재수의 난」으로 널리 알려진 ‘아부 오름’은 산굼부리나 한라산처럼 정상부가 깊고 넓게 팬 분화구가 아주 인상적인데 인공으로 빙 둘러 심은 삼나무가 특징인 곳. 반면 따라비 오름은 억새가 필 무렵이면 전국의 포토그래퍼가 다 모일 만큼 억새로 유명하다.

이 중 최근 타계한 사진작가 김영갑 씨가 그 선이 가장 아름답다고 한 용눈이 오름에 오르기로 했다. 용이 노니는, 혹은 용이 누워 있는 형국이라 해서 ‘용눈이’란 이름을 가지게 된 용눈이 오름. 대부분의 오름이 표지판이 따로 없고, 주차장이나 진입로를 따로 만들어놓지 않아 찾기 어려운 데 비해 용눈이 오름은 중산간 도로(16번 국도)에 바로 인접해 있어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다. 밭담과 철책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임시 계단이 있어 들어가는 데도 별 무리가 없다. 겉에서 보면 밋밋한 봉우리지만 오르다 보니 오름의 곡선이 대단하다. 오름의 곡선을 보다가 동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성산 일출봉과 푸른 바다가 드넓게 펼쳐져 있고, 서쪽으로는 한라산이 장엄하게 서 있다.

15분 정도 걸으니 벌써 정상. 어디서 보니 제주도에서는 ‘오름 트레킹’이란 말을 안 쓴다고 하던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뒷동산 오르듯 가뿐한 오름 오르기를 굳이 ‘트레킹’이라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신발도 운동화면 충분할 정도. 정상은 생각보다 바람이 셌는데 그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상쾌했다. 눈 아래 보이는 드넓은 목초 지대와 군데 군데 쌓아놓은 산담, 삼나무는 여행객의 마음을 지극히 평화롭게 했다.

서귀포 쇠소깍

쇠소깍은 효돈천이 바다와 만나는 곳이다. 이름이 재밌어 알아보니, 동네 마을(하효동) 본래 이름이 ‘쇠둔’인 데다가 호수라는 뜻의 ‘소‘, 맨 마지막을 나타내는 제주말 ‘깍’이 붙어 이뤄진 단어. 정방 폭포에서 표선 쪽으로 10분 거리에 위치하지만 아는 사람이 많지 않고 지도에도 안 나와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가는 길이 도로 공사 중이라 약간 번잡스럽지만 일단 쇠소깍에 도착하고 나면 이 모든 고생에 대한 보답을 받는 기분이 된다.

쇠소깍을 제대로 즐기려면 제일 먼저 쇠소깍에 내려가는 계단을 찾아내는 것이 관건이다. 계단은 총 네 곳. 바닷가 쪽부터 시작해본다. 해안과 마주한 바닷가는 검은 백사장이 조금 남아 있을 뿐 일반 바닷가와 별반 다르지 않다. 해안가에 내려서면 편평한 지귀도가 멀리 보인다.

다시 올라와 북쪽으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두 번째 계단을 만난다. 유일하게 보호 시설이 돼 있는 나무 계단과 돌계단이 있다. 돌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제주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당’을 만날 수 있다. 이젠 파도 소리가 제법 멀리서 들린다.

다시 올라와 북쪽으로 걷다 보면 만나는 세 번째 계단. 여기에서 바라본 쇠소깍은 심심계곡 속에 위치한 깊은 호수다. 파도 소리도 들리지 않고, 바람도 머물고, 물도 흔들림이 없는 정적만이 가득한 곳. 가운데 양쪽 암반 사이 촘촘이 자란 소나무와 까마득히 깊어 보이는 맑고 푸른 물은 바닷가와 불과 100m 정도 떨어져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

맨 북쪽에 위치한 네 번째 계단. 따라 내려가다 보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왼쪽을 택한다. 쇠소깍이 끝나는 지점으로 수많은 웅덩이가 가득해 쇠소깍의 또 다른 면모가 드러나는 곳이다. 쉬다 가기도 좋고, 하트 모양 웅덩이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서귀포 선돌선원

제주도까지 와서 “도 닦을 일 있냐”고 묻는다면 할 말이 없지만, 뭔가 무욕의 정갈한 삶을, 원시의 자연을 보고 싶다면 권하고 싶은 곳이 바로 선돌 선원이다.

서귀포에서 5°16도로(제1 횡단도로)를 타고 올라가다 보면 서귀포 끝자락 상효동에 선덕사가 있다. 선덕사 쪽으로 좌회전해 들어간 뒤 선덕사 옆 계곡을 끼고 한라산 방향의 좁을 길을 따라 쭉 올라가다 보면(갈림길이 나오면 우측) 차 한 대만 다닐 수 있는 좁은 길이 나타난다. 흙길도 아니고 아스팔트 길도 아닌, 누군가가 정성스럽게 차 바퀴에 딱 맞춰 닦아놓은 길.

끝이 있을까 싶게 이어지는 그 길을 따라 죽 올라가다 보면 갑자기 앞이 탁 트이면서 울창한 활엽수림 사이로 웅장한 선돌바위가 드러난다. 선돌바위 밑으로 옹기종기 모여 있는 서너 채의 신식 초가집. 여기가 바로 선돌 선원이다. 새 소리, 선원의 개 짖는 소리를 제외하고 바깥 세상의 소리는 결코 들리지 않는 곳. 야생차밭을 지나고 텃밭을 지나 제주도에선 보기 힘든 웅장한 적송이 용트림하는 마당께를 서성이자니, 본당에선 스님이 차를 덖는지 고소한 다향이 경내에 가득하다.

선원 뒤쪽으로는 수령을 알 수 없는 밤 나무, 동백 나무 등이 빼곡했는데 그 길로 조금 더 올라가니 한 칸짜리 초가집이 나온다. 세상에서 가장 소박한 법당, 바로 선돌 선원의 법당이다. 법당 앞마당의 그루터기에 앉아 한라산 쪽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을 쐬고 있자니 시간과 공간의 경계가 무의미해진다. ‘도’까지는 아니라도 ‘나’ 자신을 차분히 들여다보고 싶은 사람에게, 제주도의 새로운 면모를 찾는 사람에게 강추.

제주다원vs서광다원

전남 보성과 맞먹는 녹차 생산지인 제주도. 제주도의 다원은 최근 관광객들이 스케줄을 짤 때 빼놓지 않고 찾는 명소 중 하나가 되어버렸다. 제주도엔 여러 곳의 다원이 산재해 있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다원은 바로 서광 다원. 몇 년 전 입구에 녹차 박물관인 오설록 뮤지엄(064·794-5312)이 생기면서 관광객들이 크게 늘었다. 오설록 뮤지엄에서 내려다본 20년이 넘은 차나무가 16만 평에 걸쳐 융단처럼 펼쳐져 있는 풍광은 가히 환상적이다.

이에 비해 1115번 도로변에 위치한 제주 다원은 소박하고 규모도 훨씬 작은 편이다. 차밭만 봤을 때 절대 비교가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 소개하는 것은 제주 다원만이 가진 장점이 상당하기 때문. 제주 다원은 중산간 해발 500m 고지에 위치해 서귀포 앞바다와 산방산, 밤섬까지도 한눈에 파노라마처럼 내려다 보인다. 뿐만 아니라 가마솥에서 손으로 차를 덖는 모습이며 비비고, 털고, 건조하는 과정 등을 바로 코앞(!)에서 구경할 수가 있다. 인사동의 찻집처럼 운치 있게 꾸며놓은 차 시음장에서 다원을 내려다보며 마셔보고 싶은 녹차를 골라 맘껏 무료로 음미하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역설적이게도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많지 않아 한적하다는 점.

우도, 자전거 여행

제주도 사람들마저 참다운 제주도를 느끼고 싶을 때 찾는다는 ‘우도’. 성산포항에서 승용차를 싣고 갈 수도 있지만, 우도를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승용차는 주차장에 두고 가는 것이 좋다. 우도항에 내리자마자 자전거 대여소도 있고, 좀 비싸긴 하지만 ATV(4륜 오토바이)도 있고, 우도 내 순환 버스도 있어 승용차 없이도 우도를 둘러보기에 전혀 불편하지 않다.

순환 버스는 일종의 우도 관광 버스(1인 5천 원)라 생각하면 되는데, 1일권을 구입하면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내려 구경한 뒤 다음 번 버스를 이용해 이동할 수 있다. 운전 기사가 가이드를 겸하기 때문에 감상하는 데 한결 용이하다. 단, 우도 전체를 순환한다기보다는 명소 위주로만 돌기 때문에 반쪽짜리 여행이 되기 쉽다.

이래저래 가장 권하고 싶은 것은 자전거 여행이다. 섬 둘레가 17km인 우도는 걷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자전거를 이용할 경우 쉬엄쉬엄 3~4시간 정도면 일주가 가능하다. 우도의 명소라면 검멀래 해안, 우도봉, 산호사 해수욕장을 꼽는데 그 외에도 동글동글한 돌들이 무더기로 가득한 톨칸이(큰 돌이 서 있지만 그 돌을 지나면 해안가로 내려갈 수 있다. 깊지 않은 동굴에 꼭 들어가볼 것), 하얀 등대가 있는 북쪽 전망대(운이 좋으면 돌고래를 볼 수 있다), 산호사 해변만큼이나 물빛이 고운 하고수동 해수욕장은 꼭 가봐야 할 곳들. 자전거 여행을 할 때는 힘을 비축해두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우도봉이 맨 마지막 일정에 오도록 스케줄을 짤 것.

제주도, 먹을 만한 곳

아침 일찍 출발해 제주도에 도착하면 어김없이 제주공항 근처에서 아침 식사를 하게 된다. 금강산도 식후경.

연동 그랜드호텔 근처에 위치한 거부한정식(064-744-4116)은 아침 한 끼를 때우기에 딱 좋은 곳이다. 토속 제주도 음식은 아니지만, 보쌈까지 제공되는 푸짐한 밥상이 1인당 6천 원으로 헛헛했던 속을 든든하게 채울 수 있다.

점심시간쯤 산방산 근처에 있다면 중앙식당(064-794-9167)의 ‘성게보말국’은 필히 맛봐야 할 음식. 비린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으니, 못 먹는다고 미리 겁먹지 말 것. 물회도 강추. 반찬으로 나온 자리돔젓은 제주도 식당에서 맛본 음식 중 최고다.

만약 서귀포 근처라면 대우정식당(064-733-0137)의 해물솥밥이나 진주식당(064-762-5158)의 해물뚝배기, 옥돔구이도 입맛을 돋운다. 하효동 사거리 근처 공천포식당(064-767-2425)도 한치물회로 유명한 곳.

우도에 있다면 하고수동 해수욕장에서 검멀래 쪽 해안도로에 위치한 해와 달 그리고 섬(064-784-0941)에 들러보는 것은 어떨까. 우도 사람들이 먹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추천 메뉴는 보말된장찌개나 성게미역국이지만, 진짜 자연산 회를 다루니 한번 고려해볼 것.

숙소가 성산포 근처라면 아침은 오조리 해녀의 집(064-784-0893)의 전복죽은 당연한 선택. 제주에서의 마지막 저녁밥은 보통 제주항 근처의 탑동에서 마무리하게 마련이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곳은 신현대식당(064-721-8803). 호박과 배춧잎을 넣어 달착지근하고 입 안에서 살살 녹는 갈치조림(소 2만 4천 원)과 비린 맛이 없는 갈칫국(7천 원)으로 제주의 마지막 저녁을 마무리하는 것도 좋겠다.

<기획 | 김세진 기자 / 사진 | 임익순 기자 / patzz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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