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봄나물의 건강학 - 쌉쌀 달콤, 허브가 따로 없네

라이프/웰빙, 라이프, 좋은글

by 라제폰 2009. 3. 13. 09:12

본문

매서운 엄동설한 칼바람을 버티느라 쓴맛이 날까, 눈 녹아 흘러내린 맑은 물을 마셨기에 단맛이 날까.

입춘도 지나고 대보름도 지난 지금 들녘에는 봄나물들이 조금씩 머리를 내밀고 있다. 얼어붙은 밭고랑에서 자라나는 냉이나 나뭇잎풀잎 속에서 파란 손마디를 뻗어내는 돌나물은 자연의 신비 그 자체다. 새로운 에너지를 가지고 솟아나는 이 새싹들이 그 자체로 허브이면서 보약이다. 어떤 것은 쓴맛으로 입맛을 자극하고 또 어떤 것은 단맛으로 구미를 당긴다.

게다가 같은 종류라도 다른 철에 먹던 것과는 전혀 느낌을 준다. 본래가 쌉쌀한 씀바귀나 쑥도 봄에는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준다. 겨우내 눈과 추위를 이겨낸 봄동 배추나 시금치는 과일을 곁들인 양 단맛이 난다.
노릇노릇한 움파는 또 어떤가. 파 특유의 쏘는 맛 대신 입안에서 살살 녹을 정도다. 움파를 넣은 양념간장이면 다른 반찬 없어도 밥 한 그릇이 거뜬할 정도다. 그래서 농가월령가의 정월령에선 ‘움파와 미나리를 무엄(무순)에 곁들이면 보기에 싱싱하여 오신채를 부러워하랴’고 했는지도 모른다.

겨우내 먹던 김치가 물릴 때도 됐고, 날이 풀리면서 밥맛도 떨어져가는 이때 싱싱한 봄나물로 새 계절의 기운을 느껴보자.
지금 시장에 가면 봄나물이 지천이다. 대형 상점에는 아무래도 재배한 것들이 많이 올라오지만 재래시장에는 갓 뽑은 냉이나 달래 씀바귀 등이 나온다. 서울의 재래시장도 좋지만 전통의 5일장을 찾으면 더 싱싱한 것들을 만날 수도 있다.

성남 모란시장(4일, 9일)이나 용인 김량장(5일, 10일), 여주장(5, 10일), 안성장(2일, 7일) 등이 수도권에서 가볼만한 큰 시장이다. 시간에 된다면 봄방학 맞은 아이들과 호미와 바구니를 들고 냉이를 캐러 나가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가족의 화합을 다지며 자연의 활력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냉이는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양지바른 밭이나 밭두렁에 많이 난다. 달래는 나는 곳에 무더기로 자라는 게 일반적인데 3월 중순 이후에 가야 쉽게 찾을 수 있다. 씀바귀는 양지바른 야산이나 논두렁 밭두렁 등에 많이 난다. 돌미나리는 사철 물이 마르지 않는 논의 웅덩이 주변에서 많이 자란다. 독미나리는 대궁이 굵으며 잎이 날카롭게 생겼고 늦은 봄에 쑥 올라오는 게 보통이다. 겨울에도 얼음 속에서 파랗고 부드러운 잎을 유지하는 돌미나리와는 차이가 있다.
우리 동요에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래서인지 봄나물 하면 사람들은 으레 달래나 냉이 씀바귀 등을 떠올린다.

그만큼 달래와 냉이 씀바귀는 봄을 상징하는 나물이다. 달래나 냉이는 찌개나 국을 끓이거나 무쳐서 먹는다. 바글바글 끓는 된장찌개에서 우러나는 냉이 향은 일품이다. 씀바귀는 살짝 데친 뒤 물에 담가 쓴 맛을 우려내고 무쳐서 먹는 게 보통이다.

이들 외에도 봄나물은 일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하다.

날씨가 따뜻하면 논두렁 밭두렁은 물론이고 잔디밭에도
사정없이 솟아나는 쑥은 물론이고 씀바귀와 비슷하게 생긴 고들빼기나 민들레, 늦봄에 노란 꽃을 피워대는 원추리도 봄나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쑥은 쑥국이나 쑥떡을 해 먹는다. 고들빼기 잎은 쌈으로 제격인데 뿌리는 씀바귀 뿌리처럼 우려서 무치거나 장아치로 담가 먹기도 한다. 민들레도 쌈으로 먹는다. 단맛이 나는 원추리 잎은 살짝 데쳐서 찬물에 담갔다가 무치거나 국으로 끓인다.

논두렁 밑이나 개울가 얼음 속엔 돌미나리가 자란다.

그 향은 먹어본 사람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나다. 보통 미나리처럼 무치거나, 살짝 데쳐 초장에 찍어 먹어도 좋다.

양지바른 곳 돌 틈이나 낙엽을 헤치면 돌나물이 나온다. 신선한 향이 그 자체로 허브다. 이 때문에 그대로 무쳐서 먹기도 하지만 다른 무침이나 샐러드에 곁들여도 좋다.
농부들의 골칫거리인 망초도 어린 싹은 나물로 이용된다. 광주리나물이며 박조가리나물 세발나물 같은 이름도 생소한 것도 있다. 요즘엔 보리순도 나물로 이용된다.

봄철엔 이렇게 나물만 따지지 않아도 된다. 가을걷이를 끝낸 배추밭에선 요즘 봄동이 노란 고개를 내밀고 있다. 다른 철의 배추와는 맛의 차원이 다르다. 노지에서 자란 시금치도 이맘 때 최고의 맛을 낸다.

누런 묵은 잎들을 뚫고 솟아나는 노릇노릇한 움파도 요즘이 한창이다. 움파는 겨우내 움 속에서 자란 잎이 노란 파를 말한다.

들에서 자라는 이런 채소나 나물들은 3월까지 식탁을 장식한다.

4월이 되면 나무에서 자라는 새순이나 산채들이 또 입맛을 돋운다. 두릅이나 엄나무 순은 귀한 식재료로 꼽힌다. 예전에 흔했던 뽕나무나 칡의 어린잎도 별미거리다.

요즘은 취도 재배를 하기 때문에 흔한데 야생취의 향에는 미치지 못한다. 보통은 곰취를 많이 먹지만 개미취 잎을 허브처럼 사용해도 좋다.
봄나물 가운데는 집안에서 간단히 키울 수 있는 것들도 있다.

특히 미나리나 움파는 크게 손도 가지 않으므로 당장 실천해도 좋을 것이다.

미나리 재배는 시장에서 파는 것을 사다가 다듬은 뒤 윗부분은 먹고 아랫부분을 버리지 말고 유리병 등에 넣은 뒤 물을 부어주면 된다.
하루 이틀 지나면 뿌리가 내리고 새 잎이 돋는다.

물만 충분히 주면 놀라울 정도로 잘 자란다. 순이 충분히 자라면 잘라서 먹고 아랫부분을 계속 키우면 된다. 잎이 파랗고 싱싱하기 때문에 화초처럼 키워도 좋다.

움파는 파를 실내에서 키워 움이 나온 것을 말한다.
쪽파보다는 대파나 중간 정도 굵기의 파가 좋다. 파를 화분 등에 심어놓으면 기존의 잎은 누렇게 말라버리고 새로운 순이 올라온다. 실내에서 키우기 때문에 연하고 노란 색을 띄는데 향이나 맛도 부드럽다.

파는 실내의 냄새를 제거하는 효과도 있다. 다만 누런 잎에 보기에 거슬릴 수도 있으므로 주방 한 구석이나 발코니에서 키우는데 좋을 듯.

물을 너무 많이 주면 뿌리가 골을 수 있으므로 마르지 않을 정도만 준다.
서울 인사동의 뉘조(02-730-9301)나 사찰음식전문점 산촌(02-735-0312) 서초동의 산장(02-583-6136) 등이 봄나물로 제법 알려진 식당들이다.

뉘조는 퓨전한식집인데 봄나물을 주종으로 한 샐러드인 ‘시절무침’을 메인 요리로 낸다. 전남 영암에서 올라오는 냉이와 보리싹 박조가리나물 등 다양한 봄 야채로 만든 샐러드를 구운 닭과 함께 내놓는다. 야생초를 설탕에 절여서 발효시킨 소스로 드레싱을 하는데 신선한 향이 일품이다.

서초동 산장은 ‘산나물 박사’로 알려진 주인이 운영하는데 시골집 같은 느낌을 주는 집이다. 사철 나물정식을 내놓는데 예약이 필요하다.

산촌은 스님이 메뉴를 선정하는 식당으로 나물 자체보다 산채로 더 유명한 집이다. 채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다.

이 밖에 자연요리 전문가인 임지호씨가 운영하는 양평의 ‘산당’(031-772-3959)도 가볼만한 집이다. 임씨는 산야에 널린 다양한 풀들까지 요리 재료로 이용하는 것으로 이름이 높다.
맛과 향만으로도 봄나물은 이미 한 철 식탁을 장식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런데 비타민과 무기질까지 풍부해 신진대사를 원활하게 해주고 나른한 봄날의 춘곤증까지 쫓아준다. 그야말로 자연이 준 웰빙식품인 셈이다.


시골에선 나생이라고도 부르는데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 널리 퍼져 있기에 가장 일반적으로 먹는 봄나물이다. 잎 뿐 아니라 뿌리까지 함께 먹는데 비타민 B1과 C가 풍부하며, 단백질이 많고 칼슘이나 철분까지 풍부한 알카리성 식품이다. 한약재로도 쓰이는데 동의보감에선 ‘간장의 기운을 도와주고 오장을 편안하게 하며 양기를 돕는다’고 소개하고 있다.


파와 비슷하지만 입새가 아주 가늘다. 입과 둥근 뿌리를 함께 먹는데 파보다 맛이 강하고 향기롭다. 비타민A나 B1, C 등이 골고루 들어있고 칼슘과 칼륨이 많이 함유돼 있다. 달래의 칼륨은 몸속에 있는 나트륨과 결합해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짜게 먹는 사람에게 좋다. 해독작용을 하는 채소로 동의보감에선 속을 데우고, 음식의 소화를 돕는다고 했다.


칼슘이나 인 철분 비타민이 모두 풍부하다. 특히 비타민C가 많아 감기 예방이나 치료에 좋고 체질의 산성화를 막아주는 데도 효과적이다. 동의보감에는 독이 없고 모든 만성병을 다스리는 효험이 있다고 적혀 있다. 특히 부인병에 좋은데 이뇨나 월경불순 완화, 진통, 해열을 돕는 성분이 있다고 한다.


독특한 향으로 입맛을 살려주는데 배추에 비해 25배나 될 정도로 비타민A가 많이 들어 있다. 미나리가 술독을 풀어주는 효과가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동의보감은 미나리가 혈압강화나 해열, 진정, 두통, 숙취에 효험이 있다고 소개한다. 위장에도 좋으며 부기를 빼주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민과 칼슘이 풍부하며 허브처럼 다른 채소로 만든 김치나 나물 등에 들어가 향신료 역할도 한다. 해열 해독 소염 작용을 하는 나물로 한방에서는 피를 맑게 하고 대하증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본초강목은 돌나물 즙이 화상을 치료하는 데나 벌레 뱀에 물렸을 때 효험이 있다고 전한다.


옛날 보릿고개가 있을 때 뿌리의 녹말로 떡을 만들어 먹었던 구황식물이다. 중국에선 꽃을 데쳐서 먹기도 하는데 황화채라고 부른다. 이뇨, 해열, 진통 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잎을 살짝 데쳐 먹으면 단맛이 난다. 다만 약간의 독성이 있어 어린 것을 골라서 살짝 데쳤다가 우려낸 뒤 먹는 게 좋다.


둘 다 가시가 달린 나무인데 산채 중에서도 귀한 음식으로 꼽힌다. 단백질이 풍부하고 칼슘이나 비타민A와 C, 섬유질도 많은데 특히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조성이 뛰어난 영양 식품이다. 동의보감에 두릅은 대소변 불통에 좋으며 부종이나 불면증을 다스리는데도 효험이 있다고 한다. 엄나무는 두릅보다 향이 더 진한데 신경통이나 만성간염, 요통, 부종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쓴 맛으로 봄철 입맛을 살리는데 일조를 하는데 몸의 열을 내리게 하며 위장을 튼튼하게 하고 소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항산화 효과도 있고 면역력을 보강하는 효능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칼슘이나 인 철분 등이 많은데 비타민A는 배추에 비해 124배나 될 정도로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출처 : [ 시티라이프 ]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