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비의 맛과 낙조가 아름다운 해안도로… 영광
영광의 가마미 해수욕장은 바로 뒤에 자리 잡은 금정산 형상이 마치 ‘멍애를 쓴 말의 꼬리처럼 생겼다' 하여 ‘멍애 가(駕)', ‘말 마(馬)', ‘꼬리 미(尾)'라는 글자가 합쳐진 ‘가마미(駕馬尾)' 라는 요상한 이름을 얻었다고 한다. 가마미는 반달 모양의 백사장 주변에 200여 그루의 울창한 소나무 숲이 펼쳐져 있어 아늑할 뿐더러 수심도 1~2m 정도로 얇고 깨끗해 호남의 3대 해수욕장 중 하나로 꼽힌다.
해수욕장 인근 법성포 읍내로 들어서면 굴비 덕장들과 굴비식당들이 굴비의 고장임을 단번에 알 수 있게 한다. 부둣가에서 들리는 질펀한 생선 흥정 소리와 짭쪼름한 갯가 풍경, 입맛을 자극하는 굴비 냄새가 진동하는 법성포는 여행객의 발길을 단단히 붙들고 만다.
아득히 먼 옛날 마라난타가 불교를 갖고 와 처음 밟았다는 땅, 법성포.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오는 산꼭대기에서 이국적인 불상들을 고루 볼 수 있는 백제불교최초도래지를 만날 수 있다. 왜 하필이면 마라난타는 이곳 법성포를 도착지로 택했는지 몹시 궁금했다. 혹시 맛있는 굴비 맛을 찾아 온 것은 아니었을까?
법성포에서 입맛을 되찾은 뒤 해안 풍광이 빼어난 드라이브 명소, 백수 해안관광도로를 따라 달리면 태초의 붉은 낙조의 아름다움에 빠져든다. 백수 해안도로 초입의 원불교 교주가 태어났다는 원불교 영산성지, 흔치 않은 천일염 소금밭을 생생히 볼 수 있는 염산, 달랑 몇 척의 고깃배만 오가는 미니 항구 설도 항에서는 기독교인 순교지를 만날 수 있다.
만병통치 ‘해수찜’ 과 이국풍의 함평 돌머리 해수욕장의 유혹
영광을 뒤로하고 함평 천지에서 100년 전통의 해수찜을 하고 나면 온몸이 가뿐해진다. 해수찜은 유황성분이 많은 돌을 불에 달궈 바닷물 속에 넣고 찜질하는 것으로 손불 궁산리일대 에서 즐길 수 있다. 이곳 해수찜은 피부질환, 신경통, 관절염에 효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평일에도 관광버스가 줄을 잇는다.
곧장 돌머리 해수욕장으로 발길을 돌리자, 캘린더 사진에나 나올법한 예쁜 민박집들과 이국풍의 바닷가 풍경이 유혹한다. 백사장이 1Km, 폭 70m 정도의 석성리 석두마을 서쪽 끝에 있는 돌머리 해수욕장은 뒤편에 울창한 곰솔 숲이 특징. 해변에 인공 해수풀장이 있고 원두막, 야영장, 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는 편이다.
‘돌머리'라는 이름은 육지 끝이 바위로 돼 있어 붙여진 것으로 돌머리를 한자로 써서 동네이름도 석두(石頭)리. 함평 읍내에서는 나비축제 현장을 둘러본 뒤 맛좋기로 소문난 함평 한우 생고기와 육회 비빔밥, 수육과 장터 국밥을 맛볼 수 있다.
야외식물원, 난 전시관, 나비생태관 등을 갖춘 식물원인 자연생태공원과 폐교를 개조해 만든 신남리의 민예학당은 문화체험 공간. ‘꽃반지 끼고' 등 많은 히트곡과 1970년대 통기타 가수로 이름을 날렸던 은희 씨가 세웠다. 땡감을 이용한 천연염색을 비롯해 공예, 도예 등을 배울 수 있으며 공연도 가능하다.
아름다운 어촌 도리포와 해당화 어우러진 무안 톱머리 백사장
함평을 떠나 무안 해제 반도로 발길을 재촉하자. 도리포는 경치도 아름답고 숭어와 게르마늄이 많이 함유된 갯벌에서 자란 낙지, 쌉쌀한 특산 김이 생산돼 해양관광과 레저공간이 가능한 다기능 종합어항으로 개발된 곳이다. 도리포는 아름다운 어촌 100곳으로 선정되는 등 백사장과 해송림이 어우러진 명소다.
홀통 해수욕장과 조금나루를 거쳐 무안공항 울타리를 따라 달리다보면 주차장이 넓은 펜션단지가 나타나고 바로 해변이다. 해변이 톱처럼 생겼다 해서 ‘톱머리'라는 이름이 붙여진 톱머리 해수욕장. 길이 2㎞, 폭이 100여m의 백사장을 따라 늘어선 200년이 넘는 해송이 하얀 백사장, 검은 갯벌과 특히, 수줍게 피어있는 해당화와 무척 잘 어울린다.
무안에 오면 발이 가느다란 세발 낙지와 황토밭 양파를 먹인 육질 부드러운 양파한우 샤브샤브, 짚불로 구운 돼지불고기 맛을 봐야 서운하지 않다. 톱머리 주변에는 호남 항공우주 전시관과 초의선사 탄생지, 하얀 연꽃의 회산 백련지, 백로왜가리서식 마을을 산책해도 좋다. 골프를 좋아한다면 인근에 총 56홀 규모의 퍼블릭코스인 무안 컨트리클럽에서 ‘굿 샷!'을 하는 것도 일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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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p 먹거리
◐ 굴비백반
법성포의 독특한 해풍과 천일염으로 절여 쫄깃하게 말린 영광굴비는 예로부터 특급 진상품으로 손꼽힌다. 고려 때 이자겸의 쿠데타 일원이었던 척준경이라는 사람이 영광으로 유배 왔다가 기막힌 영광 굴비를 맛본 후 진상한 뒤 자신의 행동은 임금께 비굴하게 용서받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뜻으로 ‘굴비(屈非)'라고 주장한데서 유래한 굴비의 맛! 시원한 녹차국물에 흰쌀밥을 말아 짭짤한 보리굴비를 영광 태양초 고추장에 찍어 먹는 굴비정식과 보통 크기의 굴비를 노릇하게 굽고 갖은 밑반찬과 조기 매운탕을 곁들인 굴비백반이 있다. 요즘에는 특유의 굴비 냄새를 없앤 고추장 장아찌 굴비도 색다른 입맛을 자극한다. 참조기로 만들었다는 굴비요리는 법성포 어느 식당이든 맛볼 수 있다. 병어 종류의 생선을 갖은 양념에 버무린 덕자찜 등 다양한 해산물 요리도 넘친다. 굴비백반 1인분에 10,000원, 굴비정식 15,000원 이상.
◐ 짚불구이 돼지불고기
향수 어린 요리 기구인 거무스름한 석쇠 위에 돼지고기를 엷게 썰어 올려놓은 뒤 화력 좋은 짚불로 순식간에 구워내 기름기가 쫙 빠진 노릇노릇한 짚불구이 돼지불고기. 삼겹살과 목살을 석쇠 위에 올려 구워내 아련한 향수와 독특한 짚불냄새가 식욕을 자극한다. 특히, 새콤하게 익혀 사각거리는 무안 특산 양파김치와 잘게 가루로 만든 ‘뻘게' 소스에 찍어 짚불구이를 메운 고추에 한입 싸 먹으면 여행의 피곤함이 금세 사라진다. 고기 먹은 후 밥이 생각나면 ‘뻘게' 소스에 비벼 먹는 ‘뻘게장 비빔밥'도 별미. 짚불구이는 1인분 7,000원, 뻘게장 비빔밥은 1인분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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