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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따라 가는 여행] 할 것 많고 볼 것 많은 안성

가볼만한 곳^^/연인과의 국내여행

by 라제폰 2009. 3. 1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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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은 남한강 수원으로 수질보호구역이라 공해를 뿜는 공장들은 들어올 수가 없어. 그래서 의외로 청정지역이야." 안성에 처가를 둔 친정 오빠의 이 말 한마디에 우리는 안성에 가기로 했다. 친정 부모님과 함께 가는 길이라 숙소부터 알아봤다. 그러다 찾은 곳이 너리굴문화마을(031·675-2171, www.culture21.co.kr). 안성 사람들은 다 아는 유명한 곳으로 학생들이나 회사에서 수련회를 많이 간다고 하는데(그래서 10명 이상 들어갈 수 있는 큰 방도 많고, 주말보다 평일이 더 붐빈다고 한다) 비탈지면 비탈진 대로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지어진 자연친화적인 구조가 마음에 들었다. 도예공방, 칠기공방 등 여러 개의 공방이 함께 있어서 체험활동도 할 수 있단다(비용은 별도). 그런데 헉. 생각보다 산꼭대기에 위치하고 있었다. 게다가 입구에 차를 세우고 숙소까지 걸어 올라가야 했다. 하필이면 예약한 방이 맨 끝 꼭대기에 위치할 게 뭐람. 중앙대 예술대학 교수들이 만든 작품들이 많이 전시되어 있다더니, 펜션 단지가 조각공원 수준이었다. 게다가 약간 비탈진 길 하며, 여기저기 커다란 나무 하며 숲 속에 와 있는 듯했다. 여기는 모두 목조건물이라 취사가 금지(전기주전자와 냉장고, 그릇 등은 준비되어 있다)되어 있지만, 저녁에는 바비큐도 가능하고 찐 고구마·옥수수, 붕어빵, 피자, 탕수육을 구내식당에서 주문해 먹을 수 있었다. 아침은 뷔페식 구내식당(식비 5천원 별도)에서 먹어야 하는데, 이런 것도 나름 재미있었다.
다음 날에는 늦잠을 자며 한껏 여유를 부리려고 했는데, 친정 아버지가 사슴과 토끼가 있다며 하도 재촉하시는 바람에 간신히 세수만 하고 아이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부모님은 이미 이 동네(?)를 한 바퀴 도신 후라 길을 훤히 꿰뚫고 계셨다. 어제는 몰랐는데, 돌아다녀보니 우리는 진짜로 산에 와 있었다. 산길을 따라가니 사슴농장이 나왔고, 산길을 내려가니 운동장이 있고 미술관이 있었고 약수터도 있었다. 아이들은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그 뒤를 따라 설렁설렁 다니다 데크가 놓인, 야외 수영장을 발견하고 흥분했다. 여름에 꼭 다시 오리라.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숙소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남사당풍물놀이(www.namsadangnori.or.kr)를 보러 갔다. 안성을 향하는 휴게소마다 남사당풍물놀이를 소개하고 있어서 몹시 궁금했었다. 게다가 평소 이런 걸 아이들한테 보여주고 싶어도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얼마나 기회가 좋은가. 토요일만 하는 상설공연으로 오후 3시와 4시 30분에는 탈놀이, 6시 30분에는 줄타기와 풍물놀이, 상모놀이 등을 한단다. 야외 공연장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우와. TV에서만 보던 줄타기를 진짜로 봤다. 한 발로 껑충껑충 뛰기도 하고, 엉덩방아를 찧어가며 이동도 하고, 참 신기했다. 예닐곱 살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 남자아이의 관객을 후리는 말재주도 예사롭지 않다. 아이들과 부모님 모두 신기하다며 매우 즐거워하셨다. 하지만 너무 추워서 1시간 30분 공연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나왔다.
장터에서 뻥튀기를 한 봉지 사서 차에 오르니 그것 하나로 저녁 먹으러 가는 길이 재밌어졌다. 아이들은 뻥튀기로 어느새 별도 만들고, 카메라도 만들고, 초승달도 만들어 그걸로 놀이를 한다. 참 놀이 만들어내는 재주도 남다르다.
놀러 다닐 때 먹는 것에 목숨 거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안성은 한우가 유명한 데다 부모님 모시고 간 여행이고 어버이날도 가까운지라 겸사겸사 저녁은 한우를 먹기로 했다. 미리 숙소 안내 데스크에서 물어보고 추천 받은 곳이 한우촌(www.hanufarm.com, 우리 가족은 동네 사람들에게 물어보는 게 특기다). 생각보다 훨씬 으리으리한 곳이라 놀라긴 했으나 유일한 경기도지정한우판매점이라니 맛이 궁금했다. 서울의 이만한 규모에 비하면 반찬이 그닥 고급스럽진 않았지만 여기서 나는 나물 반찬 맛은 좋았고, 무엇보다 한우가 진짜 맛있었다. 비싼 줄도 모르고 아이들이 너무 많이 먹어서 밥을 더 먹여야 했을 정도.



서일농원 가는 길에 유기농 우유로 유명한 강성원목장 가는 길이 있다. 1차로의 비포장 도로인 이 길은 양옆으로 소들의 먹이인 청보리가 심어져 있는데 그 풍광이 제주도에 와 있는 착각을 들게 한다. 이 길을 발견하고는 너무 좋아서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우리. 양옆 길가에는 민들레꽃이 한창이었는데 초록색 청보리와 매우 예쁘게 어울렸다. 아이들은 꽃을 꺾어 귀에 꽂고는 서로를 쳐다보며 좋아 어쩔 줄 몰랐다. "엄마, 이 꽃은 나이가 들면 후 불면 날아가는 꽃으로 변하지?" 자연도감을 보여준 적도 없는데, 아이들은 어떻게 알았을까?
이어서 아이들은 뜀박질을 시작했다. 그 모습이 예뻐서 엄마도 함께 뛰었고, 아빠는 차를 천천히 몰고 따라왔다. 차가 움직이니 아이들은 더 신나서 앞으로 뛰었다 뒤로 뛰었다를 반복한다. 풀잎을 뜯어 냄새도 맡고 뜀뛰기도 하면서 이 길에서 1시간이나 보냈다. 그리고 서일농원에 간다는 생각도 잊고 그 길을 따라 더 안쪽 마을로 들어갔다. 마을 안쪽은 바깥쪽과는 또 달라서 고즈넉한 시골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게,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했다. 그곳에는 우사가 하도 많아서 소 구경도 실컷 했다. 우리는 이 길을 또 만나고 싶어서 들어갔던 방향으로 다시 돌아 나와 길에 차를 세우고 또 풀 냄새를 실컷 맡고서야 서일농원으로 향했다.



 

서일농원은 워낙에 유명한 곳이라 웬만하면 가지 않으려 했지만, 사실 이곳처럼 만만하게 점심 먹을 만한 곳도 드물다. 입장료도 없고 주차료도 무료인지라 굳이 점심을 먹지 않더라도 한 번쯤 들러보면 좋다. 서일농원 내에 있는 설리는 서일농원에서 생산한 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 입구에서 주문과 계산을 미리 하고 들어가도록 되어 있다. 된장찌개백반(8천원)과 청국장찌개백반(8천원), 손두부(1만원)와 녹두부침(6천원)을 주문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15~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기에 그동안 농원을 둘러보기로 했다. 정원 같은 분위기라 산책하듯 걸어다니면 된다. 산책을 끝내고 설리에 들어가 창가 자리에 앉았다. 된장찌개와 청국장에 두툼한 두부와 쌈채소 그리고 깻잎장아찌, 무말랭이장아찌 등 갖가지 장아찌와 쌈장, 고추장 등이 나왔는데, 간도 적당하고 음식도 깔끔했다. 어른들이나 아이들 모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나온다는 것도 추천할 만. 두부가 어찌나 맛있던지 평소 두부를 잘 먹지 않는 우리 아이들이 몇 번을 받아 먹는게 아닌가. 여기서 밥을 먹고 나면 언제나 몸이 건강해지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날이 흐린가 싶었는데 밥을 먹는 사이 빗줄기가 제법 굵어졌다. 보통 때라면 비가 온다고 더 좋아했을 텐데 부모님이 힘들어하셔서 오후 4시경 집으로 돌아왔다.

기획&사진 박미순 기자

출처 : [레몬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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