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수출은 지난달에 3천576억 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8일 4천억 달러를 돌파하게 돼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
수출 4천억 달러 달성은 지난 1964년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한 지 44년 만에 달성하는 것이다.
'한국 수출 4천억달러 돌파' 중에서 (연합뉴스, 2008.12.7)
우리나라의 수출이 12월8일 드디어 4천억 달러를 돌파했습니다. 한국이 '수출입국'을 내세우며 경제개발을 시작한지 40여년 만에 수출 4천억 달러 고지에 오른 것입니다. 수출 1억 달러를 달성한 것이 1964년이었으니, 44년 만에 4천배로 늘어난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오징어, 합판 등으로 겨우 1억 달러를 수출했던 1964년. 제가 태어나기 1년 전입니다. 그리 멀지도 않은 그 당시만 해도 한국은 수 많은 '가난한 나라들' 중의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한국경제는 수출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했습니다. 1971년 10억 달러, 1977년 100억 달러, 1995년 1천억 달러... 수출로 해외시장에서 돈을 벌어들이면서 '보릿고개'도 넘었고 선진국 문턱까지 다가섰습니다. 세계사적으로 유례가 없는 '성공'이었습니다.
하지만 수출 4천억 달러 시대를 맞이한 한국경제는 지금 '축배'를 들고 있을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있습니다. 지난달 수출이 두자릿수의 감소세를 기록하는 등 수출이라는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크게 흔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한 한국경제는 구조적으로 세계경제의 동향에 매우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세계경제가 호황을 보이면 우리경제도 매우 좋아지지만, 지금처럼 선진국과 개도국 경제가 모두 침체에 빠진 시기에는 반대로 매우 큰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의 주력 수출상품이 반도체, 전자, 조선, 건설 등 세계경기에 민감한 분야라는 것도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미국, 유럽, 일본 등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에는 우리의 수출, 그리고 우리의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1960년대에 한국경제가 수입대체산업화 전략이 아닌 수출주도산업화 전략을 선택한 것은, 당시에는 치열한 논쟁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이렇게 커진 지금까지도 우리경제의 내수가 여전히 취약한 것은 문제입니다. 우리가 외부의 충격에 민감한 근본적인 이유입니다.
연수출 4천억 달러 고지에 올라선 한국경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질적인 변혁기'에 들어선 세계경제 속에서 우리경제도 내수와 수출의 동시발전이라는 '질적인 도약'을 준비해야할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