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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름, 송악산, 마라도... 제주 겨울 비경을 찾아서

가볼만한 곳^^/아름다운 제주도

by 라제폰 2009. 1. 15.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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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는 큰 섬이다.
한 바퀴 도는 데 한나절이면 족하다고 하는 사람들은 한라산이 드리운 깊고 넓은 그늘을 모른다.
고샅 한 굽이만 돌아서면 숱한 사연을 간직한 오름이 이어지고, 도로에서 한 발자국만 벗어나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의 비경이 나타난다.
오름과 송악산 그리고 마라도…겨울 제주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으로 안내한다.

◆ 오름 가장 제주다운 풍광 
= 가장 제주다운 풍광을 꼽으라면 아마도 오름일 것이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구릉이 이리저리 이어진 제주도의 동쪽 들녘은 오름의 천국이다. 높은 오름, 돛오름,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 채오름, 거문오름, 샘이오름, 윗밤오름, 알밤오름, 용눈이오름…. 수없이 많은 오름들이 제주도 전역에 흩어져 있다. 불쑥 솟아오른 것은 다 오름이다. 오름과 오름 사이에 길이 있고 밭이 있다. 오름 위에는 말과 소가 풀을 뜯는 목장이 있고, 산담을 두른 무덤이 있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오름에서 왔다가 오름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오름은 북제주군 조천면 교래리 일대에 많이 몰려 있지만 구좌읍 종달리 일대에도 많다. 다랑쉬오름을 비롯해 아끈다랑쉬, 손자오름, 용눈이오름 등 이들 오름이 울창한 삼나무숲과 푸른 당근밭, 검은 돌담과 어우러져 빚어내는 풍광은 겨울 제주가 아니면 만날 수 없다.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오름은 용눈이오름이다. 남북으로 비스듬히 누운 모습이 용을 닮았다고 해서 이름이 붙여졌다. 모두 3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등성이마다 왕릉 같은 새끼봉우리가 봉긋봉긋하다.

오름은 단순한 흙덩이가 아니다. 제주 사람들은 오름 자락에서 생을 일구었다. 불을 놓아 화전을 만들었고 말과 소를 쳤다. 사냥도 오름 자락에서 이루어졌다. 오름은 산 사람뿐만 아니라 죽은 이들의 몸도 넉넉하게 받아주었다. 제주 사람들은 죽어 오름에 뼈를 묻었고 제주의 맑은 햇빛과 세찬 바람 속에 누웠다. 용눈이오름에도 산담을 두른 무덤들이 가득하다. 죽은 자들은 오름에 묻혀 산 자들을 내려다본다.

용눈이오름에 오르기는 어렵지 않다. 대부분의 오름은 높이가 300m 내외. 넉넉 잡고 20~30분이면 오른다. 오름의 모습은 변화무쌍하다. 오전에는 갈색빛이었다가 오후에는 보랏빛으로 변한다. 비 오는 날에는 회색이 섞이기도 하고 안개가 자욱한 날이면 푸르스름한 빛을 내기도 한다.

◆ 송악산 제주 최고의 전망대
= 제주의 해안은 독특하다. 산호 가루가 부서져 옥빛을 내는 바다도 있고, 검은 현무암이 흩어진 바다도 있다. 북쪽보다는 남쪽이 독특하고 이색적이다. 제주 내륙의 진경을 용눈이오름에서 볼 수 있다면 바다의 모습은 송악산에서 만날 수 있다.

남제주에서도 남쪽 끝머리에 앉은 송악산. 높이는 104m밖에 되지 않는 키 작은 산이지만 남쪽바다를 내려다보는 최고의 전망대다. 벼랑 앞에 서면 시원스레 탁 트인 바다 너머 마라도와 가파도가 손에 잡힐 듯이 둥실 떠 있다. 해안선은 마치 조각품처럼 이리저리 휘어지는데 바닷가에 박혀 있는 낭떠러지는 20~30m가 족히 넘는다. 바다를 끼고 절벽 아래로 난 산책로를 한번 둘러보는 데 30분 정도 걸린다. 서쪽으로는 옥황상제가 한라산의 봉우리를 뽑아 내던진 것이라는 수려한 산방산이 펼쳐진다.

제주의 일출 하면 으레 성산 일출봉을 떠올린다. 영주(제주의 옛이름)십경 중 첫째로 손꼽힐 만큼 가히 절경이다. 붉은 기운이 일출봉 전체를 달궈내는 풍광은 압권이다. 하지만 적어도 겨울에는 아니다. 일출봉에서 훨씬 남쪽으로 치우친 곳에서 해가 솟구치는 까닭에 발갛게 달아오른 일출봉을 기대하기 어렵다.

겨울 제주의 일출 명소는 바로 형제섬이다. 사계 포구에서 1.5㎞가량 떨어진 바다에 솟은 2개의 바위섬인데 두 섬이 형제처럼 나란히 마주보고 있다고 해서 형제섬이라고 불린다.

형제섬 일출 포인트는 구석기 시대 사람의 발자국이 발견된 송악산 인근 해변이다. 해안을 빙 둘러 목책을 두르고 있어 찾기가 어렵지 않다. 새벽녘 불을 밝히는 어선의 행렬이 사라질 때쯤 형체를 드러내는 태양의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 따로 없다.

한참을 솟구칠 때까지 실루엣으로 남아 있는 형제섬의 영상이란! 또 동트기 전에 도착하면 한라산 백록담을 뚝 떼어 놓았다는 산방산의 어렴풋한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 마라도 앙증맞은 동화 속 마을
= 모슬포항에서 출발해 30분 정도를 가면 코발트색 바다 위에 떠 있는 조그마한 섬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땅의 끝'으로 불리는 마라도다. 선착장에 내려 10여 m 높이의 계단을 오르면 마라도 여행이 시작된다. 잔디밭 위에 띄엄띄엄 예쁜 건물들이 서 있다. 둘레가 4.2㎞, 면적 9만여 평의 이 작은 섬은 앙증맞고 다정하다. 마치 동화 속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이다.

마라도를 일주하는 데에는 1시간이면 충분하다. 바다에 둘러싸인 초원을 걷는 기분이 남다르다. 걷는 것이 부담스러운 이들은 골프장에서 볼 수 있는 전동카트를 이용하면 된다. 대부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 아담한 교사 앞으로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축구 골대를 세워놓았다. 가끔 학생들이 단체로 여행을 오면 편을 갈라 축구를 하곤 한다.

서쪽 해안 끄트머리에 아담한 유럽식 건물이 들어서 있다. '초콜릿박물관'이다. 예쁜 기념사진을 만들기에 좋은 곳. 계속 섬의 남쪽으로 향하면 최남단비가 서 있다. 이곳이 바로 국토의 끝이자 시작이다. 비석 옆에 장군바위가 있는데 마라도 사람들은 장군바위를 수호신으로 믿는다. 하늘에서 살고 있는 천신이 땅에 살고 있는 지신을 만나기 위해 내려오는 길목이라고도 한다.

새하얀 건물이 인상적인 마라도 등대는 건물 자체로도 예쁘지만 남지나해로 나가는 모든 배에도 꼭 필요한 존재다. 1915년 3월부터 불을 밝히기 시작했다. 등대 앞은 깎아지른 낭떠러지. 일명 자살바위로 불린다. 죽을 마음이 없더라도 밑을 쳐다보다가 어지럼증을 느껴 실족사하기도 한다. 바위 틈에는 거센 바람을 견디며 선인장들이 모여 있다. '백년초'라고도 불리는 이 선인장들은 백 년에 한 번 꽃이 핀다고 한다.

시간이 허락된다면 마라도에서 1박을 권한다. 해가 지고 어둠이 내리면 마라도는 고요함으로 가득 찬다. 등대에 불이 들어오고 하늘에는 초롱초롱한 별이 뜬다. 멀리서 들려오는 파도소리.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 교통정보

△현지 교통=오름은 북제주군 구좌읍 종달리, 송당리 일대에 모여 있다. 16번 도로와 1112번 도로가 만나는 구좌읍 송당 4거리가 오름 관광 기점이다. 송악산에 가려면 제주시에서 출발해 95번 국도를 타고 달린다. 동광리에서 중문 방향으로 좌회전한 후 1116번 국도로 갈아탄다. 창천리에서 우회전한 후, 12번 국도로 접어들어 산방굴사 방향으로 향한다. 그리고 사계리 해안도로를 타고 쭉 달리다 보면 송악산이 나타난다. 산방산에서 송악산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는 제주도에서도 손꼽히는 드라이브 코스다. 마라도는 모슬포항과 송악산 선착장에서 갈 수 있다. 모슬포항에서 25분, 송악산에서 30분 걸린다.

■ 제주도 가는 길

△항공=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에서 서울~제주, 부산~제주, 대구~제주, 인천~제주, 광주~제주, 청주/대전~제주 구간 직항편을 매일 운항한다. 비행시간은 약 1시간 소요된다.

△열차 및 선박=KTX와 씨월드고속훼리에서 발행하는 통합승차권을 구매하면 된다. 승차권 하나로 KTX와 목포~제주 구간 선박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다. KTX와 선박을 각각 따로 예약했을 때보다 5~5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철도고객센터(1544-7788) 또는 씨월드고속훼리(1577-3567)로 하면 된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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