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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바리 여성 CEO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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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제폰 2009. 2. 2.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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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바리 여성 CEO들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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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요즘 세계 IT(정보기술)업계에서 최고 화제 인물은 이달 중순 세계 2위의 검색 기업인 야후(Yahoo)의 CEO(최고경영자)에 발탁된 캐롤 바츠(Bartz)이다.

    그녀가 입방아에 오르는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만 60세인 나이다. 20~30대가 대부분이고 마흔 살만 넘어도 '퇴물'처럼 취급되는 IT 분야에서, 그는 나이로만 봐도 '이단(異端)'에 가깝다.

    거액의 연봉도 눈길을 모은다. 바츠 CEO는 올 한 해 야후로부터 100만달러의 연봉과 스톡옵션 500만달러 등을 포함해 1900만달러(약 256억원)를 받게 된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CEO들이 연봉을 대거 하향 조정하는 와중에 일대 충격이다.

    이렇게 보면 창업자 겸 CEO인 제리 양(Yang)을 대신하는 '소방수'로 바츠를 선임한 야후의 결정은 패착(敗着)일 것이라는 인상마저 든다. 하지만 그는 '말'보다는 '실적'으로 자신의 가치를 보여주는 여장부이다.

    실제로 그는 1992년부터 2006년까지 14년 동안 소프트웨어 업체인 오토데스크(Autodesk)의 CEO를 맡으면서 3억달러 남짓하던 회사 연매출을 15억달러로 5배나 늘렸다. 주가도 연평균 20%씩 올리는 경영 수완을 발휘했다.

    그의 이런 저력의 뿌리는 '강인한 의지'와 '단호함'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가령 오토데스크 CEO로 취임한 지 이틀 만에 유방암이 발견됐지만 그는 의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수술 후 한달 만에 출근하는 강철 같은 의지를 보였다. 그래서 별명도 '미즈 터프(Ms. Tough)'이다.

    하지만 바츠 CEO가 더 각광받는 것은 직장 생활은 물론 남편과 올해 스무 살 된 딸 등 단란한 가정을 꾸려 양쪽 모두 성공한, 이른바 '알파 우먼'의 전형이라는 측면에서다. 물론 이를 위해 그는 눈물겨운 노력을 쏟아 부었다. 가령 그는 마흔 살에 얻은 딸을 위해 실리콘밸리 인근 주택 대신 승용차로 2~3시간 떨어져 있는 교외생활을 고집, 매일 출퇴근했다.

    "차 안은 그의 두 번째 사무실이었다. 바츠가 차 안에서 책, 서류 등을 워낙 많이 읽다가 차멀미를 하는 바람에 운전기사는 그가 토할 수 있는 장소를 고속도로 주변에 여럿 챙겨놓고 있을 정도였다"('이코노미스트'지 최신호).

    사실 미국에서 내로라하는 다른 '알파 우먼'들도 비슷한 고충을 겪었다. 다섯 명의 자녀를 둔 전업주부로서 막내가 고교생이던 47세에 연방하원의원에 출마하고 2006년 미국 역사상 첫 여성 하원의장이 된 낸시 펠로시(Pelosi·68).

    그는 자서전에서 "나를 위한 유일한 시간은 아이들이 낮잠을 잘 때였다"며 "어떤 날에는 세수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바빴지만, 아이를 낳고 돌보는 일이 너무 신났다"고 털어놓았다.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으로 금녀(禁女)의 벽을 깬 매들린 올브라이트(Albright·71)도 딸 셋을 키우며 육아와 아내, 학업이라는 세 가지 일을 동시 수행하느라 13년 만에 박사학위를 땄다. 그는 "결혼생활 중 모든 요리는 남편의 입맛에 맞췄다"고 했다.

    미국 사회 역시 아직도 남성 위주 관행이 뿌리 깊다. 하지만 이들은 공통적으로 상황이 아무리 힘들어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키웠다는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우연한 성공은 없다", "잠재력을 깨닫고 끈기 있게 준비하라." '알파 우먼'을 꿈꾸는 우리나라 여성들도 새겨봄 직한 준칙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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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송의달 산업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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