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트인 서부관광도로를 타고 중문 방향으로 한참 달리다보면 어느새 작은 마을들이 고개를 내밀고 인사를 하는 듯하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듯 할 즈음, 창천 삼거리에서 안덕 방향으로 방향을 바꾸어 해안도로를 따라 가다보면 어느새 예래동 앞바다가 눈앞에 펼쳐진다.
멀리 예래 포구가 가까이 다가오고, 그 너머로 하얀 등대가 서 있다. 바다와 하늘은 파랗고, 등대와 부서지는 파도는 하얗다. 온통 파랗고 하얀 물결로 일렁거리는 제주의 앞바다, 놀랄 만도 하지만, 아직 그러기에는 이르다.
등대가 내다보이는 풍경을 배경으로 걸어오는 여행객의 표정은 너나없이 푸른 바다에 부서지는 알갱이 같다. 예래동은 ‘용천수’가 흐르는 곳으로 유명해서, 해변가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금은 농업용수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과거에는 식수로도 유용하게 쓰였던 귀한 물이었다.
해안선에 야트막한 환해장성을 따라 거닐다보면 어느새 갯깍 주상절리대로 가는 다리가 보인다. 그때부터는 맨발로 거닐어야 하는 곳. 이 곳은 ‘건강 산책로’라고 하여, 신발을 벗은 상태로 동그란 돌들 위를 걷는 것을 말한다. 제주도는 대개 현무암이 주를 이루지만, 이 곳만큼은 부드러운 감촉을 느낄 수 있어 색다른 추억을 느끼게 해준다. 조금만 더 걸어가면 갯깍주상절리가 웅장한 자태를 뽐내는데.. 자연이 만들어낸 그 거대한 작품 앞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양쪽이 뻥 뚫린 동굴 모양의 주상절리 안에는 시원한 바람이 생겨나는 것처럼 시원하기만 하고, 이 곳에서 그늘을 피하며 책을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예래동의 산책로는 비밀의 화원이라도 찾아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신비가 묻어난다. 자꾸만 걸어가면 더 걸어갈수록 발견하게 되는 신비로운 아름다움.
갯깍주상절리를 지나면 어느새 펼쳐지는 천혜의 ‘조른모살 해수욕장’. 누가 알고 있을까 싶을 정도로 조용하고 아늑한 느낌마저 주는 이 해수욕장은 진모살 해수욕장이라고도 부르는 중문해수욕장 옆에 위치하였는데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 모르고 있다. 그래서, 조용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곳은 더없이 좋은 휴식공간이 될 것 같은데.
언젠가는 꼭 다시 찾아오리라는 다짐을 하고..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다보면 어느새 시간은 훌쩍 오후를 향해 치닫게 되는 것을 보면, 분명 동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 하는 신비가 묻어나는 곳임을 느낄 수 있다. 조른모살 해수욕장 한 쪽에서는 쏴아~ 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생명을 연장시켜주는 샘물’처럼 싱싱한 소리를 내며 바다로 흐르는데, 비가 내린 다음 날이면 더욱 맑고 깨끗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돌아오는 길, 영화 속 한 장면이었을까,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풍경으로 가득하다. 과연, 나는 현실 속에 존재하였던가? 하는 물음을 던지게 할 만큼 아름다운 풍경..
예래동 산책로, 그 곳을 걸어다니며 느낄 수 있는 매력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맨발, 그 원시의 감동 속으로 걸어가 보는 것은 일생동안 잊혀지지 않을 좋은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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