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고봉을 오른다는 것은, 시도하는 자체만으로도 설레는 일이다. 영실 코스를 선택하고 조심스레 1280고지로 올라가는 길목.. 가을의 문턱에 다다른 계절, 등산을 하기에 더없이 좋다는 것을 아는 이들이 많은 것일까. 아직 이른 계절이라 한라산 입구에 초록이 물든 나무들 틈 사이로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산에 오르는 이들로 벌써부터 한라산 중턱이 들썩이는 듯하다.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귓가에 시원하게 다가오고, 어디선가 새소리까지 한데 어우러지면 한라산은 온통 오케스트라 합창 소리 마냥 흥겨워지기만 하는데..
처음에는 오르막만 있어 그런지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하고, 땀도 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곳곳에 펼쳐진 암석들, 그리고 하늘 높이 뻗은 나무들 틈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노라면 마치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로 울창함에 압도당하게 된다. 곳곳에 보이는 기원탑에서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조심스레 돌 한 조각 올려놓고..
높은 봉우리에서 바라보는 영실기암은 마치 혼이 서린 듯 하고, 그 꼭대기에는 구름이 살짝 앉아서 한라산의 중턱을 간질이는 것 같다. 영실기암 주변은 온통 오름으로 가득한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부드러우면서도 웅장한 힘이 느껴지는 영실기암의 매력이 한꺼번에 가슴에 와 닿는다. 숨을 헐떡거리며 다다른 1600 고지, 그 다음부터는 이상하게도 힘들었던 걸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숨이 차서 씩씩거리며 걷던 사람들의 숨결도 차차 맑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