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한라산 등반 - 영실 코스

가볼만한 곳^^/아름다운 제주도

by 라제폰 2009. 3. 6. 20:41

본문

 

우리나라 최고봉을 오른다는 것은, 시도하는 자체만으로도 설레는 일이다. 영실 코스를 선택하고 조심스레 1280고지로 올라가는 길목.. 가을의 문턱에 다다른 계절, 등산을 하기에 더없이 좋다는 것을 아는 이들이 많은 것일까. 아직 이른 계절이라 한라산 입구에 초록이 물든 나무들 틈 사이로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산에 오르는 이들로 벌써부터 한라산 중턱이 들썩이는 듯하다.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귓가에 시원하게 다가오고, 어디선가 새소리까지 한데 어우러지면 한라산은 온통 오케스트라 합창 소리 마냥 흥겨워지기만 하는데..

처음에는 오르막만 있어 그런지 다리가 후들거리기도 하고, 땀도 나기 시작한다. 하지만, 곳곳에 펼쳐진 암석들, 그리고 하늘 높이 뻗은 나무들 틈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을 받노라면 마치 시간이 멈춰 있는 듯한 착각을 할 정도로 울창함에 압도당하게 된다. 곳곳에 보이는 기원탑에서 정성스러운 마음으로 조심스레 돌 한 조각 올려놓고..

높은 봉우리에서 바라보는 영실기암은 마치 혼이 서린 듯 하고, 그 꼭대기에는 구름이 살짝 앉아서 한라산의 중턱을 간질이는 것 같다. 영실기암 주변은 온통 오름으로 가득한 천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부드러우면서도 웅장한 힘이 느껴지는 영실기암의 매력이 한꺼번에 가슴에 와 닿는다. 숨을 헐떡거리며 다다른 1600 고지, 그 다음부터는 이상하게도 힘들었던 걸음이 한결 가벼워지고, 숨이 차서 씩씩거리며 걷던 사람들의 숨결도 차차 맑아진다.

맑은 하늘에 더욱 선명하게 다가온 백록담. 산을 내려오는 발걸음이 가볍다.

  윗세오름 고지를 가까이에 두고... 뒤로 서귀포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숲터널을 거쳐 가다보면 나무로 만든 산책로가 보이고 바로 가까이에 백록담이 크게 와 닿는데, 모두가 하나같이 감탄을 아끼지 않는다. 멀리 서귀포 범섬과 마라도, 가파도까지 보이는 조망권, 그리고 시원하다 못해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통통거리는 길을 걷다보면 ‘노루샘’이라는 약수터를 만나게 된다. 윗세오름에 다다르기 400m 전방에 있는데, 그 약수 맛이 이제까지 마셔 온 물맛과는 확실히 달라 놀라게 된다. ‘왜 이렇게 달지?’ 하는 생각이 절로 드니까.

윗세오름에 다다르면 바로 앞에 백록담이 웅장한 자태를 뽐낸다. 한 번 오르면 자꾸만 그 넓고 높은 곳에 오르고 싶어하는 마음은 갈수록 더해 간다. 산에 오르면서 느끼는 그 맛을 아는 사람만이 계속 오르는 것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한껏 멋진 포즈를 취하고 기념 사진을 찍고 나면 출출해지는데, 그 곳에서 먹는 사발면 맛은 환상적이라 할 만하다. 이 곳에서의 유의사항이라면, 한라산 국립공원에는 쓰레기통이 없다는 것. 휴게소 입구까지 자신이 먹은 쓰레기는 되가져 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 하나 불평 불만이 없다. 곳곳이 볼만한 풍경으로 가득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인상깊은 것은 맑디맑은 공기, 그리고 몸 속까지 깨끗해지는 것 같은 느낌, 이런 표현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그 감격스러운 순간은 산을 내려온 후에도 계속 된다.

우리나라 최고봉이라는 부담스러운 유명세와 상관없이 소박하고 수수함 그 자체로 오히려 情이 느껴지는 산이다.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가을에는 한라산을 올라 그 멋을 한껏 맛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