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의 경제노트, 2009.03.25)
각국은 기업의 국유화나 지원금 지급 등, 저마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정책들을 내놓게 될 것이다. 이는 결과적으로, 경제의 중심이 개별적인 국가의 내부로 옮아가는 회귀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며, 1929년 대공황 당시의 사정과는 다소 차이가 있겠지만 재앙을 초래한다는 점에서는 일치한다.
최악의 경우 '세계무역기구(WTO)' 라는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졌던 협약들이 쟁점화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무역거래의 자유화'라는 면에서 이룩한 이제까지의 진보는 물거품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116p)
자크 아탈리 지음, 양영란 옮김, 이종한 감수 '위기 그리고 그 이후' 중에서 (위즈덤하우스)
"The collapse in global demand brought on by the biggest economic downturn in decades will drive exports down by roughly 9% in volume terms in 2009, the biggest such contraction since the Second World War, WTO economists forecast today (25 March 2009)..."
- 'WTO sees 9% global trade decline in 2009 as recession strikes'
세계무역기구(WTO)가 위에 소개해드린 자료에서 올해 세계 무역량(수출량)이 작년보다 9%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물론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 때문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감소폭을 보이리라는 것이 WTO의 예상입니다.
얼마전 세계은행도 올해 세계 교역량이 8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었지요. 이런 전망들이 맞는다면 수출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 우리경제는 타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이들이 세계 무역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은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 자체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데다 각국이 보호무역주의적인 성향을 띨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세계은행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G20 회원국 중 17개 국가가 47개에 달하는 각종 무역 규제 조치를 내놓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이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에 잠정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유럽에서 반발 여론이 일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FTA가 실제로 타결되면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등을 주로 수출하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이 자신들보다 훨씬 큰 이득을 보리라는 것이 유럽 반대론자들의 시각이지요.
자크 아탈리는 최악의 경우 'WTO' 라는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졌던 협약들이 쟁점화될 수도 있으며, 이 경우 '무역거래의 자유화'라는 면에서 이룩한 이제까지의 진보는 물거품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모두들 1929년 대공황 당시의 '실수'를 범하지는 않겠다고 생각을 하고는 있지만, 실제 무역정책이나 경제정책을 결정하는 것은 '정치의 문제'이지요.
일본의 2월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반토박'(49.4% 감소)이 났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자유무역의 미래, 한국경제의 미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