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의 경제노트, 2009.03.27)
퇴계는 자리에 앉을 때 벽에 기대는 일 없이 하루 종일 단정히 앉았고, 날마다 '소학'의 글대로 살았다.
짚신에 대나무 지팡이를 짚었으며, 세숫대야로는 도기를 썼고, 앉을 때는 부들자리 위에 앉았다. 음식을 먹을 때는 수저 부딪는 소리를 내지 않았으며, 반찬은 끼니마다 세 가지를 넘지 않았고 다만 가지와 무와 미역만으로 찬을 삼을 때도 있었다. (133p)
김훈 지음, 이강빈 사진 '자전거 여행' 중에서 (생각의나무)
"나를 나타내주는 것은 나의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우리가 항상 염두에 두어야할 내용입니다. 그렇습니다. 생각이나 말로는 무엇인들 못하겠습니까. 문제는 행동이고 실천이지요. 내가 하는 말이 아니라 내가 하는 행동, 그것이 바로 나입니다.
퇴계는 46세 때 낙동강 물가에 양진암이라는 작은 암자를 지었고, 60세 때에 도산서당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는 도산서당에서 언제나 날이 밝기 전에 일어나 갓을 쓰고 서재로 나가 정좌했습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단정히 앉았습니다. 벽에 기대 앉지 않은 겁니다.
퇴계는 세상을 떠나던 날 제자들에게 자신이 아끼던 매화나무에 물을 주라고 말한뒤 몸을 일으켜달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평생을 지켜온 정좌의 자세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평생 날이 밝기 전에 일어나 서재로 나가 흐트러지지 않고 정좌했던 퇴계의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말이 아니라 행동이 바로 나를 나타내주는 것이라는 격언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주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