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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사랑한다면 '연리지'처럼 - <연리지>가 알려주는 환상의 데이트 코스

가볼만한 곳^^/연인과의 국내여행

by 라제폰 2008. 11. 28.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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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전은정기자 | 사진 : 제공_영화인 2006.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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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를 잘 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잘 파악해 보면 이벤트에 강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뭔가 비장의 카드 하나 정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명랑한 연애 생활에 큰 도움이 된다(물론 한가지 레퍼토리로 무식하게 들이대다간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 민수(조한선)의 ‘필살기’는 바로 칵테일 만들기. 와인도 ‘원 샷’하는 발랄하고 화끈한 성격의 혜원(최지우)을 위해 특별히 제조한 칵테일은 ‘이벤트’성이 강한 ‘섹스 온 더 비치’. 음흉한 의도(?)가 들어있는 듯한 이 칵테일은 색깔도 화려할 뿐만 아니라, 만들기도 쉽고, 무엇보다 ‘불 쇼’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벤트 용으로는 최고다. 조한선은 촬영을 위해 칵테일 제조 비법을 직접 배웠는데 2주 동안 틈틈이 배운 실력치고 굉장히 잘해서 선생님이 놀랐다는 후문이다.


물질보다는 마음? 사실 요즘 같은 시대엔 마음만 담긴 선물은 무시당하기 십상이다. 뭐, 잔인하긴 해도 물질 있는 곳에 마음도 있는 것이 현실 아니겠는가. 어쨌든, 잘 나가는 게임업체 CEO인 민수는 혜원을 위해 확실한 물량공세 작전을 편다. 자동차 극장을 통째로 빌린 것. 그것도 2회 연속으로 빌린다(정말 그는 통이 크다, 아니 돈이 많다). 영화도 보고 아무도 없으니 눈치 볼 것 없이 밖에서 ‘뽀뽀’도 한다. 두 사람에겐 너무 근사한 이벤트라지만 영화를 보러 온 다른 사람에겐 심히 민폐를 끼치는 것일 수도 있다. “전석 매진입니다, 다음 회도 매진입니다” 이런 소리를 듣고 자동차를 돌려야 한다면 얼마나 열받겠는가. 이런 이벤트를 추진하실 분들은 사람 별로 없는 심야 시간대를 이용하기 바란다. 또한 웬만한 주머니 사정으로 시도했다가 큰 낭패를 볼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한다.


데이트의 기본 수칙 하나. 무조건 오래 같이 있어라! 비용도 적게 들고, 오래 같이 있을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는 같이 걷는 것이다. 역시 산보엔 나무가 많은 곳이 제격. <연리지>의 두 커플 혜원과 민수가 다정하게 거닐고 있던 바로 그 장소 같은 곳이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촬영을 했던 곳은 대나무의 고장으로 유명한 담양. 이곳에는 [겨울연가]에 나왔던 남이섬 길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된 아름다운 메타세콰이어 숲 길이 있다. 1970년대 초반에 조성됐다는 이 길은 총 길이 8.5km에 약 1600여 그루의 나무가 심어져 있고 2002년에는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거리 숲’으로 뽑히기도 했다. 대나무처럼 하늘을 향해 쭉쭉 뻗어 있는 이 나무가 만드는 터널은 그야말로 웅장하면서도 포근한 느낌을 준다. 연인과 함께 손을 잡고 8.5km 산보에 도전해 보자. 가도 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거닐며 비록 거짓말일지라도 ‘영원한 사랑’을 맹세해 보자. 이런 길 위에서는 가끔 ‘낯 간지러운’ 멘트를 날려도 용서가 될 테니(사진제공_담양군청).


낚시하면 일단 정적이고 고리타분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연리지>를 보면 그게 오해였다 걸 깨닫게 된다. 일단 데이트를 위한 낚시터는 물고기가 잘 잡히는 곳이면 안된다. 너무 잘 잡히면 애인이 있거나 말거나 낚시하는 데만 정신이 팔려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물고기는 ‘쪽팔리지‘ 않을 정도로만 잡히면 된다. 중요한 건 낚시터에서 둘이 같이 밥을 해먹어야 한다는 것. 혜원과 민수 커플처럼 삼겹살을 준비해보면 어떨까. 물고기가 안 잡힐 경우 “고기 냄새 때문에 물고기가 도망간다”는 핑계를 댈 수도 있고, “고기나 먹고 해야겠다”며 둘이 오붓한 시간을 즐길 수 있으니 말이다. 영화가 촬영된 곳은 <장화, 홍련>이 촬영된 곳이기도 한데, 이왕이면 <연리지> 쪽 분위기로 연출하는 게 좋겠다. 공포영화는 데이트 용 참조 영화가 아니니까.


아시다시피 혜원은 심각한 병에 걸린 상태. 병명은 발음하기도 어려운 희귀병 원발성폐고혈압. 어쨌든 병원에만 갇혀있던 혜원은 환자복 차림으로 담을 넘는다. 생일날에도 병원에서 우울하게 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혜원은 적극적으로 자신을 위한 이벤트를 준비한 셈이다. 나무 장식이 아름다운 카페를 찾은 두 사람. 거기는 생일을 맞이한 사람에게 글라스 하프로 생일축하 노래를 연주해 주는 곳이다. 그것을 알고 있던 혜원은 민수에게는 알리지 않고 연주를 부탁한다. 소심한 민수. 생일이 아닌 걸 들키면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혜원은 “남자가 그런 깡도 없냐”며 핀잔을 준다. 아픈 건 아픈 거고, 순간 행복해지고 싶은 혜원은 환자복 탈출을 감행하면서까지 자신의 욕구에 충실하다. 사실 언제 죽을 지 모르는 인생, 해보고 싶은 건 다해보는 게 정신건강에도 좋고 후회도 없다. 애인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원하는 것을 요구하며 ‘액티브’하게 연애하라는 말씀. 물론 실제로 이 카페에서 생일에 글라스 하프 연주를 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배경을 장식하고 있는 나무에 달린 잎도 미술 팀이 일일이 수작업으로 달아 놓은 것이다(이렇게 연애하려면 ‘수억‘ 깨질듯).




“바다 보러 갈까?” 연애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한번쯤 해보게 되는 말이다. 그만큼 바다는 대표적으로 연인들이 데이트를 위해 즐기는 장소다. 물론 사람이 바글대는 여름 바다는 별로다. 눈 앞에 ‘쭉빵’ 몸매를 뽐내며 ‘헐벗은’ 남녀들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은 오히려 데이트에 방해가 된다. 그대신 서로 꼭 껴안고 있기 좋으며, 사람도 없는 차가운 겨울이 데이트하기에는 오히려 더 좋다. 집에 가보고 싶다는 혜원과 함께 제주도로 내려가 아버지에게 인사를 드리고 바닷가를 산책하는 두 사람. 영화의 후반부에는 민수가 가지고 있는 비밀 하나가 더 드러난다. 민수는 혜원이 그 사실을 모른다고 알고 있지만 혜원은 이미 알고 있다. 슬픈 운명의 두 사람은 바람부는 바닷가에서 서로 꼭 안아주며 눈물을 흘린다. 영화의 하이라이트이자 절정부에 해당하는 이 장면은 제주도 우도봉에서 촬영됐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연리지’는 실제 나무가 아니라 5천만원이나 들여 제작한 가짜 나무. 제주도는 촬영이 끝난 후에 이 나무를 우도 등대공원으로 옮긴 후 영화관련 소품과 함께 연리지 공원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환상의 데이트 코스’ 따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 사람’만 있다면 세상 어디든 파라다이스가 아니겠는가. 하지만 사람만큼 분위기에 약한 동물은 없다. 없던 감정도 솟아나게 해주고, 있던 오해도 눈 녹듯 풀리게 해주며, 휘발유에 불이 붙듯 사랑의 불꽃을 활활 타오르게끔 도와주는 장소. ‘환상의 데이트 코스’란 바로 그런 장소를 일컫는 말일 것이다. 데이트를 위한 ‘스페셜’한 장소를 섭외 중인 사람들에게 멜로 영화는 좋은 정보원이 되어준다. 잘만 따라 해도 일단 기본 점수 100점 정도는 확보할 수 있다. 조금만 ‘응용력’을 발휘한다면 금상첨화. 영화 <연리지>(감독_김성중, 제작_㈜화이트리시네마, ㈜태원엔터테인먼트)에도 수많은 데이트 장소들이 등장한다. 찍어둔 사람이 있는 당신, 한참 사랑에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당신, 권태기에 접어든 당신, 모두 모두 <연리지>의 장소에 주목해 보자. 물론 따라하거나 말거나 그건 당신 자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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