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쌀한 가을 날씨에 벌써 가을 준비를 하고 있는 한라산을 찾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어리목휴게소를 찾았다. 어리목코스는 한라산 등산로 중 가장 완만하여 산행 초보자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라 언제든지 한라산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한라산의 싱그러움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예측불허인 산의 날씨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출발한 산행의 그 아름다움은 찬탄의 숨결마저 멎게 만들어 버린다.
등산로를 따라 500미터 정도 가면 졸참나무 숲속으로 이어지는 어리목 계곡이 나오는데 이 숲지대는 해발 1,400고지까지 이어진다. 중간중간 오르다 지치면 등산객을 위해 마련된 휴식공간(평상)에서 쉬어보는 것도 좋다. 끙끙거리며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보면 지치는 것은 당연지사.... 오르다 지쳐 쉬어가는 곳에서 정겨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서로 묻지도 않은 얘기를 하면서 가까워지는 모습이 아름답다. 힘겹게 오르는 이에게 조금 남은 물병을 건네는 것마저도 아깝지 않을만큼 기분이 상쾌해지는 곳이다. 언제 한번 만나보지도 않았는데 산이라는 공감지대가 산을 찾는 이들을 하나로 만든다.
계곡을 지나 1시간여쯤 1,300고지까지 걸어올라가면 수령 오백년 이상된 ‘송덕수’란 이름의
물참나무가 등산객의 눈길을 끈다. 이는 오래 전 제주도에 흉년이 들어 기근에 시달리게된 사람들이 이 나무 열매로 죽을 끓여 먹으면서 굶주림을 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곳(1,300고지)에서 10분쯤 올랐을까? 해발1,400m라는 푯말과 동시에 시원스레 펼쳐지는 초원지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 동안 계단만 오르고 또 올랐건만 이렇게 확트인 초원이 있을 줄이야 누가 생각을 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