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한라산 등반 - 어리목 코스

가볼만한 곳^^/아름다운 제주도

by 라제폰 2009. 3. 6. 20:40

본문

 

쌀쌀한 가을 날씨에 벌써 가을 준비를 하고 있는 한라산을 찾아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어리목휴게소를 찾았다. 어리목코스는 한라산 등산로 중 가장 완만하여 산행 초보자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곳이라 언제든지 한라산의 장엄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발 한발 내딛을 때마다 한라산의 싱그러움이 찾아오는 곳이기도 하지만 예측불허인 산의 날씨에 철저한 대비가 필요한 곳이기도 하다. 만반의 준비를 하고 출발한 산행의 그 아름다움은 찬탄의 숨결마저 멎게 만들어 버린다.

등산로를 따라 500미터 정도 가면 졸참나무 숲속으로 이어지는 어리목 계곡이 나오는데 이  숲지대는 해발 1,400고지까지 이어진다. 중간중간 오르다 지치면 등산객을 위해 마련된 휴식공간(평상)에서 쉬어보는 것도 좋다. 끙끙거리며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보면 지치는 것은 당연지사.... 오르다 지쳐 쉬어가는 곳에서 정겨운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서로 묻지도 않은 얘기를 하면서 가까워지는 모습이 아름답다. 힘겹게 오르는 이에게 조금 남은 물병을 건네는 것마저도 아깝지 않을만큼 기분이 상쾌해지는 곳이다. 언제 한번 만나보지도 않았는데 산이라는 공감지대가 산을 찾는 이들을 하나로 만든다.

계곡을 지나 1시간여쯤 1,300고지까지 걸어올라가면 수령 오백년 이상된 ‘송덕수’란 이름의

물참나무가 등산객의 눈길을 끈다. 이는 오래 전 제주도에 흉년이 들어 기근에 시달리게된 사람들이 이 나무 열매로 죽을 끓여 먹으면서 굶주림을 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이곳(1,300고지)에서 10분쯤 올랐을까? 해발1,400m라는 푯말과 동시에 시원스레 펼쳐지는 초원지대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 동안 계단만 오르고 또 올랐건만 이렇게 확트인 초원이 있을 줄이야 누가 생각을 했겠는가.

살아서 100년 죽어서도 백년을 사는 고사목(古死木) 구상나무

산을 오르다 웅장한 백록담을 보고 있노라면 숨이 머질 듯 하다. 조금만 더 오르면 닿을 수 있을텐데...

숲속 터널을 지나 눈부신 햇빛을 보는 상쾌함이란… 사제비동산을 시작으로 저 멀리까지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은빛물결의 억새꽃들이 등산객을 반긴다. 바람이 많은 탓인지 유난히도 자그마한 억색꽃이 어린아이의 손인냥 앙증맞게 인사를 한다. 어서 빨리 오라는 듯이......

한참을 오르다 시원스레 흘러내리는 사제비약수터에서 정겹게 인사를 나누었던 등산객들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또 다시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시원한 물 한잔 나눠 마시고는 만세동산을 향해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한참을 오르다 발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면 수많은 오름과 수평선이, 저 멀리 송악산까지 발아래 펼쳐지는 게 한순간에 산을 장악한 느낌이다. 1,600고지 만세동산을 넘어서면 평지가 시작되고 한참을 걸어가면 백록담 화구벽을 눈앞에 두고 윗세오름대피소를 만나게 된다. 현재는 자연 보호차 이곳까지만 등산이 허용되고 있어 아쉬움이 남지만 2시간여를 힘들게 걸어 올라온 허기짐을 윗세오름대피소에서 채우는 맛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산 속에서의 꿀맛 그 자체이다.

산에 오른다는 것이 이런 것이 아닐까? 산의 넉넉함이, 산이 아니면 느낄 수 없는 아름다움이 가슴속까지 스며드는 것. 그 하나의 가슴 설레임을 느끼기 위해 많은 이들이 산을 찾는 것은 아닐까 한다.

발아래 펼쳐지는 오름들과 수평선의 어울림은 한폭의 그림과 같다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맛있는 한끼 식사. 산을 오르며 느꼈던 허기짐이 사라진다.

억새꽃이 물결을 이루는 사제비 동산에서 가을에는 그 정취를 느낄 수 있다.

오르다 지치면 시원한 약수한잔- '가슴속까지 시원하다...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