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집 가는 길 – 내소사 가을의 절집을 생각하면 왠지 고즈넉함과 나른함이 생각난다.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내소사로 향하는 시간동안 이 ‘고즈넉함과 나른함’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설레는 내 마음이 부산스러워도 그 곳에는 내가 바라는 그것이 있을 것이라 굳게 믿었었다.
내소사, 전북 부안군에 위치한 절로 백제 무왕 때 창건 되었다고는 하나 실제 우리가 볼 수 있는 대웅전(보물 291호)등은 조선시대 건축물이다. 이름은 참 많이 들었으나 가보지 못했던 낯선 절은 전나무 숲 길과 단풍나무 숲 길로 더 유명했고 아직은 단풍철이 아니기에 그 곳으로 가는 발걸음이 조금 아쉽기도 했다.
← 내소사 전경 부안 버스 터미널에 내리자 생각지 못했던 복병이 있었다. 내소사로 가는 직행 버스는 오전 10시 15분, 단 한번 밖에 없는 것이다. 좀 당황스럽고…실망스러웠지만 그 곳에서 다시 줄포로, 줄포에서 내소사까지 쉽지 않은 여정을 거쳤다. 그렇지만 날씨는 화창하고 오랜만에 나선 길이라 짜증이 나진 않았다.
내소사 입구에 도착하니… 엄청나게 많은 등산객들과 ‘전어구이’가 필자를 반겼다. 내소사를 감싸고 있는 아담한 돌산인 능가산은 한나절 등산코스로 아주 인기가 좋다 했다. 언뜻 보기에도 잔 재미가 있을 산으로 보였다. 등산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필자로서는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기로 하고,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전어 구이 냄새가 솔솔 풍기는 식당으로. ‘아~~ 이게 그 유명한 가을 전어구나.’ 기름이 좔좔 흐르는 가을 전어는 과연 별미였다.
배까지 든든하게 채우고 나니, 눈 앞에 펼쳐진 내소사의 전나무 숲 길이 더 로맨틱해 보였다.
뜨겁게 내리쬐던 햇빛이 다 가려질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찬 전나무 숲 길은 우리나라에서 그리 흔하게 볼 수 있는 길이 아니리라 생각 됐다. 더구나 남쪽 지방에서는. 그 숲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햇살이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고 할까…..
그렇게 그 숲 길을 벗어나자 단풍나무 터널이 펼쳤진다. 단지 아쉬운 것은 여전히 파란 잎사귀를 자랑하고 있다는 것인데, 그 또한 나름대로의 풍미가 있다 숲 길 끝에서 내소사의 천왕문이 보인다.
설레는 마음으로 내소사에 들어선 순간…. 이제까지 그려왔던 고즈넉하고 나른한 가을 산사는 어디로 자취를 감춰 버렸다. 하하하…..온통 공사 중. 요즘 절 집을 찾으면 빠지지 않고 만나게 되는 풍경이 바로 ‘공사 중’ 이지만 이번에는 좀 심하다. 대웅보전과 몇몇 부속 건물을 빼고는 몽땅 공사 중이라니.
뭘 봐야 할지 잠시 당황스러웠다. 한숨 푹~~ 쉬고 충분히 알아보지 않고 온 게으름을 잠시 탓해 본다.
결국 내소사에서는 30분을 버티지 못하고 돌아섰다.,
아쉬움만 가득 안고.
돌아 오는 길, 곰소항에 들렀다.
젓갈 시장으로 유명한 곳 답게 곳곳에 젓갈을 파는 가게들이 늘어섰다.
밀물 때라서 시장 입구까지 바닷물이 찰랑인다.
작은 어항, 강렬한 햇살을 받아 빛나는 바닷물과 그 위에 떠 있는 어선들이 하나의 그림을 만들어 낸다. 이것도 좋다.
내소사의 아쉬움을 많이 달래줬다.
부안에 들어서며….여기 저기 눈에 띄던 핵폐기물 처리장 건설 반대의 상처들이 이 곳에서는 더욱 또렷히 들어온다. 방파제를 따라 나부끼는 해골그림이 그려진 깃발들.
어찌 어찌 사태는 봉합이 되었지만 그들의 가슴 속에 앙금을 오래가지 않을까 싶다.
상처는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곰소항의 차부에서 정읍행 버스를 타고 정읍에서 서울행 버스에 올렸다.
강릉보다 먼 거리를 좀 무리해서 하루만에 다녀왔다.
덕분에 근처에 그 좋다는 채석강에도 못 가 봤지만 버스를 타고 다녀오는 가을여행만의 낭만이 있다.
‘공사 중’ 내소사에 대한 아쉬움이 두고 두고 남을 듯 하다.
나중에 단풍이 짓게 들었을 때, 여유있게 한번 더 가봐야겠다.
Ps : 내소사에서는 작년 ‘다모’와 ‘대장금’, 두 드라마가 촬영 되었다. 내소사의 천왕문에 좀 못 미친 곳에 대장금 촬영장소임을 표시하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장금과 민정호 종사관이 첫 데이트를 하던 연못과 올겨쌀 에피소드가 나왔던 곳이 바로 내소사라 한다. 또 여러 사람들의 심장을 뚫어 버렸던 드라마, ‘다모’는 여주인공 채옥의 오열씬(부모님의 위패를 부여안고 울던 장면)이 보물 291호 대웅보전에서 촬영 되었고, 전나무 숲 길에서는 채옥이 허무한 듯 하늘을 바라보던 장면 등이 촬영 되었다. 그 흔적을 찾기 위해 내소사를 찾는 이들이 꽤 많다고 한다. 사진/글 : 주재경 |